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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차산업혁명 펀드 “간판만 요란”…운용사 특혜 의혹도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5 06:00

수정 2021.10.08 15:35

공모절차 없애 ‘특정업체 밀어주기’ 논란…공모 거친 2호 펀드와 대조적
1호 150억원·2호 160억원…3호 해양신산업 분야 민간참여 부진 물거품  
제주도청 본관 /fnDB
제주도청 본관 /fnDB

■ “지역경제에 혁신의 씨앗 뿌리겠다더니”…조성사업 차질

[제주=좌승훈 기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재선 공약인 ‘제주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조성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제3호 펀드 조성과 특정 운용사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 수사까지 더해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조성된 펀드 규모는 두 차례에 걸쳐 총 310억원(1호 150억원·2호 160억원)이다. 당초 원 전 지사가 약속했던 2000억원의 15.5%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아직 투자 기한이 도래하지 않아 성과나 실적도 알 수 없다.

펀드는 한국모태펀드라고 불리는 정부 재원으로 마련한 ‘종잣돈’에 투자조합(지자체·기업·기관)에서 일정 금액을 함께 출자하는 매칭 방식으로 조성된다.
정부는 유망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2005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1조원 규모의 한국모태펀드를 조성했다.

■ 원희룡 전 지사 재선 공약…조성액, 목표치의 15%에 그쳐

제주도는 2018년 출범한 1호 펀드가 조성된 가운데, 디지털융합 산업분야 6곳에 42억원이 투자했다. 펀드 구성은 한국모태펀드 100억원에 지역(민간)재원 50억원(NH농협은행 제주본부 10억원·제주테크노파크 5억원·카카오 5억원 포함)이다.

이어 2019년 11월 160억원 규모로 2호 펀드가 조성됐다. 2호 펀드는 물류산업,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산업 분야 4곳에 41억원이 투자됐다. 펀드구성은 한국모태펀드 90억원에 제주도개발공사 10억원·제주테크노파크 5억원·제주은행 5억원을 을 포함해 지역(민간)재원 70억원이 투입됐다.

2020년 발표된 제3호 전략펀드는 지난해 말 구체화됐다. 결성 총액은 143억원이다. 1호·2호 펀드와 달리 도에서도 직접 출자하기로 했다. 수익률은 2%다. 존속기간은 투자기간 4년에 회수기간 4년이다. 도는 당초 해양바이오·해양에너지·레저·스마트항만 등 '해양신산업' 분야 중소·벤처기업과 프로젝트에 약정 총액의 60% 이상 투자할 계획이었다.

㈔제주스타트업협회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제주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조성사업에 대한 제주도개발공사의 10억원 출자 안건을 상정 보류한 도의회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2019.03.20/fnDB
㈔제주스타트업협회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제주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조성사업에 대한 제주도개발공사의 10억원 출자 안건을 상정 보류한 도의회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2019.03.20/fnDB

당시 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가 강점을 지닌 해양신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관련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제주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1호를 운용하고 있는 곳에서 제안한 해양신산업펀드에 출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냈다.

도는 이룰 위해 올해 6월 말까지 지역재원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민간 호응도가 낮아 결국 해당 펀드의 결성은 좌초됐다.

■ 고위 공무원 2명 술자리 특혜 의혹 제기…도청 압수수색

또 사업 추진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15일 업체 관계자와 고위 공무원들이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달 14일 제주도청 미래전략국과 해당 유흥주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제주청은 고위 공무원 2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아울러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유흥업소의 술자리 거래장부도 확보했다.

한편 이번 특혜 의혹은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 조성과 관련해 고위 공무원과 업자가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술자리는 지난해 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도의회에서는 제기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 의혹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승아(제주시 오라동) 의원은 지난달 2일 제398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제주 4차 산업혁명 전략펀드’에 대한 사후관리를 집중 추궁했다.

■ 도의회서 제기된 페이퍼컴퍼니에 펀드 지원 의혹은 ‘오해’

해당 펀드 운용사는 이에 대해 지난 1일 언론 설명회를 갖고 “‘페이퍼 컴퍼니’로 지목된 회사들은 제주로 본점을 옮긴 뒤 이전을 추진 중이거나, 제주에서 실제 사업을 벌인 곳들이라며 펀드가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테크노파크 사옥 '제주벤처마루' /fnDB
제주테크노파크 사옥 '제주벤처마루' /fnDB

모태펀드에 두 차례에 걸쳐 10억원을 출자한 제주테크노파크도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도내 주소지에 사무실이 없어 ‘페이퍼 컴퍼니’로 거론된 스타트업 S사는 최근 제주가 본사인 국내 대기업에 인수돼 해당 대기업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인수함에 따라 제주전략펀드 1호를 통해 투자한 금액 이상인 10억7000만원을 회수했다”고 강조했다.


또 “‘주소지 사무실에서 경영진을 만날 수 없었다’는 지적을 받은 K사는 국내 대기업 S사에서 스핀오프(spin off)를 통해 2017년 4월 설립된 회사이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제주로 이전해 도내 소재 보육공간에 우선 입주한 상태다. 근무지와 생활 정주여건을 확보한 이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아울러 “단순히 기업지원을 위한 전략펀드 조성뿐만이 아니라, 투자기업들의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지역산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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