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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오징어 게임' 대박에 숨은 넷플릭스의 모순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5 16:03

수정 2021.10.05 16:03

[파이낸셜뉴스] '오징어 게임'이 전 우주적으로 화제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83개국에서 일제히 1위를 차지하면서, 단박에 넷플릭스 주가까지 사상 최고가로 끌어올렸다. '오징어 게임' 출시 전과 비교해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2주만에 무려 13조원이 늘었다니 그야말로 '대박'이다. 게다가 그 대박의 주인공이 한국 콘텐츠라니 가슴이 벅차다.

그런데 성공한 '오징어 게임'의 뒷얘기를 들으면 입맛이 쓰다. 재주 부린 곰들은 모조리 뒷편으로 제껴놓고 왕서방만 돈을 쓸어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우선 13조원의 기업가치를 올려준 '오징어 게임' 팀에는 정작 인센티브 한푼이 없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방식이 초기 제작비용을 대고 판권과 저작권을 독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란다. 또 한편에서는 한국의 인터넷 사업자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한푼도 낼 수 없다고 배짱을 내밀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의 법정다툼 상대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때문에 발생하는 트래픽이 2018년 5월 50Gbps에서 2021년 9월 현재 1200Gbps로 24배나 늘었다고 한다. 그 덕에 통신망 증설과 유지 보수 비용이 막대하게 늘어나는데도 넷플릭스는 통신망에 대한 채무가 없다고 맞선다.

결국 K 콘텐츠 잘 만들어 세계적으로 대박을 친 한국 콘텐츠 기업은 성과에 대한 보상 한푼을 받을 수 없고, 한국의 통신망 사업자는 넷플릭스의 장사가 잘 될수록 통신망 증설과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게 '오징어 게임' 대박으로 드러난 넷플릭스의 이면이다.

그런데도 최근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제작 관련 기업들을 모아놓고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작 현실에서는 생태계에 참여한 한국의 주인공들이 뒷편으로 밀려나고, 되레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모순이 지금 한국 콘텐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10월 개막한 국정감사에서도 넷플릭스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국회 의원들에게 당부 한마디 해야겠다. 제작 원가에 콘텐츠를 사 모으는 것만으로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딴소리 하는 넷플릭스의 사업방식이 한국의 콘텐츠 생태계를 망치고 있는 현실의 모순을 정확히 짚어줬으면 한다. 기업 증인 불러 놓고 호통 치는 것 만으로 안된다.
법률을 서둘러 개정해 줬으면 한다. 넷플릭스 같은 대형 콘텐츠 기업에 통신망 사용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들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게 국회의 임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세금 제대로 내고, 통신망 사용료 정확히 지불하고, 성과 올린 한국 콘텐츠기업에 정당하게 인센티브를 지급해 수십년간 키워온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존중하도록 법률로 못박아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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