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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략비축유 방출 검토..유가 하락세 전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7 06:30

수정 2021.10.07 08:28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하락해 77.60달러 수준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6일(현지시간) 석유 공급난을 완화하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4월 24일 뉴멕시코주 퍼미안분지에서 양유기들이 석유를 끌어올리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이 6일(현지시간) 석유 공급난을 완화하기 위해 전략비축유(SPR) 방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4월 24일 뉴멕시코주 퍼미안분지에서 양유기들이 석유를 끌어올리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이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폭등에 대응해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이 6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그랜홈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에너지전환전략서밋에 참석한 자리에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78ℓ)당 3.22달러로 2014년 10월 이후 7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백악관은 치솟는 기름 값이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르고, 경제에도 충격을 줘 내년 중간선거를 망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해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그랜홈은 SPR 방출이 현재 검토되고 있다면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재개된 석유수출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수출 금지 조처는 "아직 사용한 적이 없지만 이 역시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이라고 못박았다.

멕시코만 인근에 저장돼 있는 미국 SPR은 세계 최대 규모의 비상 석유다. 미 에너지부가 관리하며 지난주 현재 6억1780만배럴에 이른다.

이는 미국이 한 달간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미국은 2011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치닫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과 공조해 대규모로 SPR을 방출한 이후에는 SPR에 손 댄 적이 없다.

미국의 석유수출은 2015년 역시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의회가 수출규제를 해제하면서 재개된 바 있다.

이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배럴당 79달러에서 하락해 77.60달러 수준에 거래됐지만 여전히 2014년 이후 7년만에 최고수준의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미국의 SPR 방출 검토 소식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이른바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4일 각료회의에서 최근 유가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산유량을 대대적으로 늘리지 않겠다고 결정한 뒤 나왔다.

OPEC+는 매월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해 단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의 공급량을 회복하기로 한 이전 계획을 이어가기로 결정해 시장과 백악관에 충격을 줬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대규모 증산을 촉구한 뒤 나온 결정이라 미국의 배신감은 더 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참모 출신인 밥 맥낼리 래피디언에너지그룹 사장은 "제이크 설리번이 사우디의 조처를 비난하고, 미 셰일석유 업체들이 신속히 생산을 늘릴 수 없다는 점을 행정부가 인식한 뒤 곧바로 SPR 방출 문제가 논제로 올랐다"고 말했다.

한편 그랜홈 장관은 유럽과 아시아 천연가스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러시아의 '시장조작' 조사를 포함해 미국이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 제재를 풀기 위한 협상카드로 삼기 위해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규모를 일부러 감축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이와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제유가로 환산할 경우 유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천연가스는 좀체 꺾일 기미가 없다.

영국의 경우 사상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유럽과 천연가스 쟁탈전에 들어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이날 100만BTU당 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최고로 치솟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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