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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고군택, '명불허전'잭니클라우스코스 10언더파 '유린'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7 15:11

수정 2021.10.07 18:56

제네시스 챔피언십 첫날 단독 선두
2017년 김승혁 코스레코드 2타 경신
 
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에 자리한 고군택이 14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선두에 자리한 고군택이 14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 송도(인천)=정대균골프전문기자】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설계한 골프 코스는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다. 니클라우스는 2005년에 현역에서 은퇴한 뒤 골프 코스 설계자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에 340개가 넘는 코스 설계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그 중 63개 골프장은 미국내 또는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니클라우스 코스 설계의 가장 기본 철학은 '즐거움'이다.
골퍼들이 코스에서 즐겁게 플레이한 뒤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즐거움 때문이라 말할 골퍼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십중팔구는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어 찾을 것이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프로,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니클라우스가 골프장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몇 안되는 골프장 중 하나인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이 골프장은 그동안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L인터내셔널 크라운, 그리고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제네시스챔피언십 등 다수의 대회를 유치했다.

그동안 개최됐던 대회 때마다 출전 선수들은 코스 난도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코스가 바다와 인접해 있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은데다 전장은 길고 변별력을 높히기 위해 페어웨이(벤트그라스)와 러프가 확실하게 구분돼 있어서다. 특히 켄터키블루 초종인 러프는 대회 기간이면 발목이 빠질 정도로 깊게 조성된다.

게다가 니클라우스 코스의 트레이드마크인 깊은 벙커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냥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벙커 주변의 '귀신풀'로 불리는 깊은 러프에 볼이 떨어지면 자칫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다 그린은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딱딱해져 볼을 잘 받아 주지 않는다.

이래저래 어렵다. 그런데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제네시스 챔피언십 첫날 '명불허전' 잭 니클라우스코스의 명성을 유린한 선수가 있다. 2016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해로 투어 2년차인 고군택(22·코웰)이다. 그는 7일 열린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에 버디 8개를 쓸어 담아 10언더파 62타를 쳐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2017년 대회 1라운드서 8언더파 64타를 쳐 김승혁(35)이 수립한 코스 레코드를 2타 경신한 호기록이다.

고군택은 작년 KPGA 군산CC오픈 공동 12위의 역대 개인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14개 대회에 출전해 3차례 컷탈락하고 '톱10' 입상 없이 군산CC 오픈 공동 18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런 그가 이날은 완전히 신들린 샷을 날린 것. 특히 9번홀(파4)에서는 샷 이글도 잡았다. 143m 지점서 8번 아이언으로 왼쪽이 해저드여서 안전하게 치자고 한 것이 핀을 향해 날아가 그린에 한 번 튄 뒤 그대로 홀속으로 빨려 들어가 단숨에 2타를 더 줄였다.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18홀 최저타수를 기록한 고군택은 "연습 라운드 때 샷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첫 홀 티샷을 하고나서 샷감이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공격적 플레이를 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날씨 덕도 봤다. 고군택이 플레이한 1라운드 오전조 경기 때는 바람이 거의 없는데다 간간이 내린 비로 그린이 소프트해져 아이언샷을 핀하이로 공략할 수 있었다.

고군택은 "날씨가 좋았고 코스 상태도 좋았다. 특히 그린 상태가 최상이었다"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김성현, 김한별, 이재경에 비해 투어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를 "컷 통과에 연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군택은 "최근 들어 자주 컷을 통과하면서 그에 대한 부담은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은 라운드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처럼 공격적 플레이를 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후조가 경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신상훈(23·PXG)과 백석현이 공동 2위(6언더파), 2019년 신인왕이자 작년 대회 준우승자 이재경(22·CJ온스타일)과 변진재(32)가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지난주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나선 함정우(27·하나금융그룹), 김봉섭(39·조택코리아), 김학형(29), 방두환(34), 최호영(24·비씨카드) 등이 나란히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6위 그룹을 형성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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