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조정장서 몸집 불린 ETN… 지표가치총액 첫 8조 돌파

조윤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7 18:14

수정 2021.10.07 18:14

원자재 최고가 랠리에 시장 성장
해외 레버리지 한달새 17% 커져
일평균 거래대금 6% 감소 ‘선방’
조정장서 몸집 불린 ETN… 지표가치총액 첫 8조 돌파
지난해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위축됐던 국내 상장지수증권(ETN)시장의 지표가치총액이 처음으로 8조원을 넘겼다. 조정장 속에서도 꾸준히 종목 수가 늘어난 데다 원자재 급등 랠리에 따른 수혜도 이어지면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ETS시장 지표가치총액은 8조1012억원으로 집계됐다. 7조6316억원 수준이던 8월말 대비 6.15% 늘어난 규모다. ETS시장 규모가 8조원을 넘긴 건 지난 2014년 11월 개장 이래 처음이다.

지표가치금액은 증권사가 발행한 ETN이 추종하는 지표가격의 총합을 의미한다.
지표가치금액 증가만 두고 시장 확대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증권사들의 공급 규모 자체가 늘어난 만큼 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도 커졌음을 가늠할 수 있다.

실제 ETS시장 지표가치총액은 지난 6일에도 9월 말보다 약 4600억원 더 늘어난 8조5608억원에 장을 마쳤다. 9월 상장지수펀드(ETF)시장 전체 시가총액(순자산총액)이 전월보다 0.9% 감소하며 소폭 움츠러든 것과는 달리 조정장 속에서도 '몸집 불리기'가 계속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 ETN 사태 때문에 상당 기간 원자재 상품의 신규 상장이 제한되기도 했는데 올해엔 작년에 상장하지 못했던 상품이 몰렸다"며 "기존 원자재 상품의 가치가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9월엔 미 국채 금리 및 달러 가치 상승장 속 수혜가 기대되는 ETN 종목들의 신규 상장이 쏟아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6개 증권사는 지난 9월 금·은 선물 ETN 총 19종을 새로 내놨다.

그간 국내 ETN시장엔 등장하지 않았던 '국내 최초' 상품들도 속속 나오는 추세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9월 초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ETN을 상장했다.

이외 이달 1일엔 한국투자증권이 최초로 베트남 VN30 선물 연계 ETN 4종을 출시한 데 이어 6일엔 '버퍼 전략'을 활용한 ETN 상품도 NH투자증권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버퍼 전략은 자산 손실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분산하는 투자전략이다.

전체 ETN 종목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49.3%)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이 시장의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이들 상품의 지표가치총액이 지난 8월말 3조5000억원이었지만 한 달 새 4조1164억원으로 종전 대비 17.4%나 커지면서다.

특히 천연가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최고가 경신 랠리를 이어가면서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이 내놓은 천연가스 선물 ETN의 9월 지표가치 규모는 8월말 대비 1000% 이상씩, WTI원유 선물 ETN은 700~800%씩 급등했다.

이들 종목은 한 달 만에 최고 60%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가 60.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시현한 가운데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60.2%),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56.8%)가 그 뒤를 이으면서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 상품이 아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의 천연가스 선물 ETN도 일제히 27%대 수익률을 올리면서 9얼 수익률 상위 1~6위는 모두 천연가스 관련 ETN이 독차지했다.

다만 ETN시장의 본격적인 부활은 아직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 및 상품 다양성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큰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투자자들의 ETN 일평균거래대금은 476억원으로 직전월보다 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ETF 일평균 거래대금이 10.6% 감소한 것보단 선방한 모습이지만 지난해 말엔 ETN 일평균 거래대금이 930억원까지 치솟았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에도 거래가 활발한 날엔 일일 거래대금이 800억원까지 늘기도 한다"며 "지난해는 특수한 상황이었던 만큼 일평균 거래대금이 200억원대 정도밖에 안 됐던 2019년과 비교하면 올해 500억원대까지 늘어난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