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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죽는 암.. 치료 불모지 3기 폐암 완치 길 열려[Weekend 헬스]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08 04:00

수정 2021.10.08 04:00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치료받은 환자
수술 안 받고도 5년후 절반가량 생존
4월부터 건보 적용돼 비용부담도 적어
폐암≠죽는 암.. 치료 불모지 3기 폐암 완치 길 열려[Weekend 헬스]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 정복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폐암은 걸리면 죽는 암으로의 인식이 높다. 매년 1만8000여명에 달하는 환자가 폐암으로 사망한다. 폐암은 암으로 인한 국내 사망원인 중 부동의 1위이다. 또한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2.4%로 췌장암(12.6%)과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8%)에 이어 세 번째로 생존율이 낮다. 3기 이후에는 사실상 수술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면역항암제가 치료 현장에서 사용되면서 불모지에 가까웠던 3기 폐암에도 완치의 희망을 가져왔다.

■폐암, 조기진단 힘들고 재발율 높아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각증상이 없을 수 있고, 증상이 있더라도 기침, 가래, 호흡 곤란 등이라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후에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게 되면 이미 3~4기로 발전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전체 환자 중 약 60%가 3~4기에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폐암 환자의 80~85%를 차지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은 종양의 크기와 주변 조직 혹은 장기로의 전이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뉜다. 1~2기 비소세포폐암은 완치를 목표로 수술을 주로 진행한다. 4기는 완치 목적이 아닌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이 치료의 목표로 항암, 방사선 등 수술을 제외한 치료법을 활용한다.

그러나 3기 비소세포폐암은 전이 부위에 따라 수술 가능 여부가 나뉘고 치료법도 달라져 치료가 까다로운 병기로 꼽혀왔다. 치료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3기 비소세포폐암은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데, 항암 치료로는 주로 백금 기반 세포 독성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이나 카보플라틴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동시적 항암-방사선 요법을 진행하고 나면 그 이후의 치료 옵션이 부재해, 병이 진행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즉, 3기 비소세포폐암은 의학적으로 완치가 가능한 마지막 병기임에도 불구하고, 생존율 개선을 확인한 다른 치료옵션이 없어 그저 질병이 진행되는지를 지켜보는 관찰과 기다림(Watch & Wait)이 유일한 치료였다. 이러한 이유로 수술이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의 5년 생존율은 15%에 불과했다.

■면역항암제로 3기 폐암 완치 가능

하지만 최근 면역항암제가 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면서 불모지에 가까웠던 3기 폐암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3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허가 받은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은 최근 5년 생존율 데이터를 발표하며 완치에 대한 희망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흔히 암 치료 후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표현하는데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은 5년 생존율을 확인해 완치의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1)에서 발표된 더발루맙 치료군의 5년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더발루맙 치료를 통해 확인한 전체 생존율은 42.9%, 위약군은 33.4%로 나타났다. 항암-방사선 치료만 시행했을 경우에는 약 70%의 환자가 5년 시점에서 사망했지만, 이후 더발루맙을 치료했을 경우 약 43%의 환자가 생존했다. 전문가들은 이는 수술에 준하는 치료 성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의학적 완치를 목표로 하는 수술을 위주로 5년 생존율을 따졌던 과거에 비해,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치료옵션을 통해 완치를 논할 수 있게 된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3기 폐암 치료에 유일한 표준요법

실제로 3기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미국(NCCN)과 유럽(ESMO) 폐암 치료 가이드라인과 아시아 환자를 위한 진료지침(Pan-Asian ESMO Guideline)에서도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더발루맙 치료를 표준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게다가 더발루맙은 지난해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의 부담도 적다. 더발루맙은 절제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PD-L1 발현 양성(동반진단검사 VENTANA)에서 PD-L1 발현율 ≥ 1%)으로, 백금 기반 동시적 항암화학방사선요법(CCRT)을 최소 2주기 이상 시행한 이후 6주내에 질병 진행이 관찰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치적 목적으로 투여하는 경우 최대 1년까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홍민희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종양내과)는 "3기 폐암 치료에 생존율을 확연하게 개선한 새로운 치료 옵션인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제품명 임핀지)은 이미 치료 현장에서도 많은 환자에게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5년 생존율을 입증한 연구결과까지 발표된 만큼 3기 폐암 환자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반드시 희망적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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