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장아름 기자 =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으로 자신의 이름을 톡톡히 알린 이가 있다.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33)다. 그 역시도 '오징어 게임'에서 주연들과 상당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연기력도 호평을 받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이 같은 인기에 대해 "축복받은 기분"이라며 "온 가족들이 뿌듯해하고 행복해하니까 좋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분들이 많아 더 힘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9회 분량의 드라마로, 국내는 물론 미국을 넘어 넷플릭스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 부문 1위까지 차지했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극 중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 알리 역을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일을 하며 불의의 사고도 당하지만, 사장의 임금 체불과 벼랑 끝에 몰린 상황으로 인해 아내와 아이를 뒤로 하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알리는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인으로, 박상우(박해수 분)와의 안타까운 서사부터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과 보여준 인간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기도 했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인도 출신으로 델리에서 5년 연기를 하다 지난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합격한 후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014년 영화 '국제시장'으로 데뷔한 후 '아수라' '럭키' '승리호' '제8일의 밤' 등 작품에서 단역으로 출연해왔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에서 더 많은 배역을 맡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저는 한국어, 힌디, 영어 3가지 언어가 가능하다"며 "3배로 더 많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고백한 것.
인상적인 답변도 전했다. 한국 콘텐츠에서 한정적인 캐릭터가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알리도 제가 이전에 연기했던 배역들과 유사한 부분은 존재하지만 유사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도 한 명 한 명이 다른 맥락, 다른 시간, 다른 작품 속에 존재하는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에 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말"이라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연기자로 알려지게 된 것이 기뻤다"고 전한 아누팜 트리파티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알리는 어쩌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대변하는 인물이라 생각된다. 그런 인물을 연기한 점에 있어서 전형적인 캐릭터로 보이지 않기 위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시고 연기했나.
▶알리라는 인물은 가족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치는 인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정이 많고 따뜻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인간군상이 드러나는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선량한 캐릭터기도 하다. 이 알리라는 인물이 최대한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연기했다. 저는 연기를 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삶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일지, 이 캐릭터를 어떻게 관객들과 소통하게 할지를 고민한다. 사실 저는 알리가 전형적인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의 알리라는 캐릭터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나? 이분들은 '한국 사회의 이주 노동자'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다. '이 사람은 왜 한국에 왔을까, 사장님이랑 어떤 문제 때문에 버티고 있을까, 가족들도 있는데' 등 이런저런 세밀한 설정들이 나온다. 이러한 설정을 기반으로 해서 알리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
또한 세계의 이주 노동자나 노동문제에 대한 글들을 살펴보고, 또 이전에 유사한 배역을 맡았을 때 어떻게 연기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덜 클리셰적인 이미지로 가면서 알리라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제 안에 알리의 이미지가 구성됐고, 다시 이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감독님도 많이 도와주셨고, 이정재, 박해수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허성태, 김주령, 정호연 배우님 등 현장의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발견해냈다.
-쉽지 않은 한국어 연기로 감정선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알리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또 한국어 연기라서 특별히 더 노력한 점은 있었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하는 것은 분명 어렵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작업을 시작한 날에 알리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알리가 빠진 날이 없다. 어렵지만 저는 전공이 연기다. 셰익스피어를 할 때는 영어로 연기를 하는 것이고, 한국에 사는 사람을 연기할 때는 한국어로 연기를 한다. 그리고 오히려 그 어려움이 있으니까 가능성이 더 많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실 제 한국어는 지금도 완벽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필요한 것은 어설픈 한국어가 아닌 알리를 표현하기 위한 연기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과거의 자신이나 다른 외국인 친구들을 관찰하며 알리만의 억양과 호흡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작업이 어려운 만큼 재미있었다. 제가 이러한 언어적인 어려움이 없었다면 알리라는 인물에 대한 그 인물의 갈등,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여러 대선배님이 정말 많이 지도편달을 해주셔서 알리라는 인물에 더 애정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이정재 박해수 배우와도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다. 배우 대 배우로 연기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땠나? 특히 조상우 역 박해수 배우와의 호흡이 돋보였는데 조상우 캐릭터에 대한 감정 연기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박해수 선배님과의 작업은 정말 기쁘고 힘이 나는 작업이었다. 특히 박해수 선배님은 정말 다정하고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어떤 식으로 두렵거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선배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제 안에서 여러 가지를 끌어내 주셨다.
박해수 선배님이 상우를 연기하는 방식은 제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박해수 배우님은 존재만으로 신을 변화시키는 분이다. 그런 박해수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매일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덕분에 상우와 알리의 관계가 두터워질 수 있었고, 박해수 배우님과도 세트 바깥에서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선배님은 정말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재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 이정재 배우님은 농담도 많이 하시는 재미있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껴주시고 신경 써주셨다. 첫 신을 촬영할 때 제가 이정재 선배님의 목을 너무 강하게 잡아서 당황했는데, 그때 제게 "괜찮아요. 편하게 해요,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위로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긴장이 확 풀렸다. 이정재 선배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이번 작품에서 제가 배우로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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