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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양자 무역교류 강화' 공감대...전제 조건은 '온도차'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0 10:38

수정 2021.10.10 12:50

- 양국 경제무역의 건전한 발전과 세계경제 회복에 여건 조성에 공동 인식
- 추가 관세 철회(중국)와 비시장적 정책 개선(미국) 놓고는 신경전
2019년 5월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류허 부총리가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5월 미중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류허 부총리가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과 중국 통상분야 고위급 대표가 화상통화를 갖고 양자 경제무역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철폐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중국 정부 주도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신경전도 벌였다.

1단계 무역합의의 이행과 2단계 무역협상 진행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상대국 관심 분야를 점검하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응 전략이 주목된다.

10일 중국 상무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류허 부총리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전날 화상으로 만나 지난해 1월 체결된 1단계 무역합의 이행과 향후 미중간 무역 교류협력 확대에 대해 이 같은 내용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우선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맺은 1단계 무역합의를 중국이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서 2020~2021년 동안 농산물 등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7조원) 늘인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당시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행률은 2020년은 40%에 그쳤다. 올해는 30%에 머무를 것으로 피터잭슨국제연구소는 분석했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의 ‘불가항력’ 때문에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1단계 무역협정문에 명시돼 있는 ‘당사자의 통제 밖에 있는 자연재해나 그 밖에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계약 의무를 적시에 이행하는 것을 지연시킬 경우 당사자들은 서로 협의해야 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기한 내에 국제무역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중국 기업인들 대상으로 책임을 면제해주는 불가항력 사실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양측은 또 미중 경제무역 관계는 세계에서 매우 중요하며 양자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핵심 관심사를 표명하고 협의를 통해 서로의 우려를 합리적으로 해결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측은 1단계 합의 때 2단계 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양자 무역교류와 협력 강화는 2단계 무역협상을 의미하는 여지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는 “쌍방은 상호존중의 자세로 소통을 계속해 양국 경제무역의 건전한 발전과 세계경제 회복의 좋은 요건을 조성키로 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간 무역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비슷한 입장을 보였지만 이를 위한 전제 조건에선 온도차를 나타냈다.

중국은 미국에게 추가관세와 제재 철회에 대한 교섭을 제기하고 자국 경제발전모델과 산업정책 등에 대한 입장도 전달했다.

쑤샤오후이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이 강조하는 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경제무역 갈등을 야기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악의적 중국 탄압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물려받은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제재를 강화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USTR은 중국의 국가 주도적이고 비시장적인 정책·관행으로 인해 미국 노동자·농민·기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USTR 고위 관리들은 “중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게 주요 원칙”이라며 “의지가 있는지 증명하는 것은 중국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이번 회담은 중국과의 직접 담판이 자국의 불만 해결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테스트’ 성격이라면서 “중국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권위주의적인 국가중심 접근법을 강조하고 우리의 구조적 우려 대응에 저항하는 것을 안다”고 지적했다.

앞서 타이 대표는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고율관세 유지와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골자로 하는 대중 통상전략을 공개했다.
류허 부총리와 타이 대표의 통화는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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