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가가 11일(이하 현지시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7년만에 최고치 기록이 다시 깨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근월물이 1.5% 상승한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WTI가 8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후반 이후 처음이다.
WTI는 장중 82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9월 이후 16% 넘게 올랐고,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상승폭이 125%를 넘는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도 이날 장중 배럴당 84달러까지 올라 2018년 10월 이후 3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가격 역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네덜란드 TTF 가상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이 메가와트시(MWH) 당 83.75유로를 기록했다. 지난주 117.50유로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준이지만 8월 중순에 비해서는 약 2배 높은 가격이다.
유럽 천연가스 기준물인 TTF의 천연가스 근월물 가격은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18유로에 불과했다.
WTI 상승세는 더 극적이다.
WTI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감하자 마이너스(-)40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수요가 살아나며 가격이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공급 부족 속에 가격이 치솟고 있다.
유가는 지난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이 전략비축유(SPR) 방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이튿날 에너지부가 지금 당장은 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곧바로 상승세로 복귀했다.
IHS 마킷의 로저 다이완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더 높은 수요에 대한 두려움, 천연가스와 전력 가격 상승세에 따른 동반 가격 상승에 대한 두려움, 랠리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음(FOMO), 그리고 공급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세는 지금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일시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재촉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국채 수익률도 더 뛰었다.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 영국 국채(길트) 10년만기 수익률 모두 각각 0.03%포인트 상승했다. 분트 10년물은 -0.12%, 길트 10년물은 1.19%로 올랐다. 길트는 201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1.2%까지 오르기도 했다.
공급충격으로 가격은 뛰고, 경제활동은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에 더해 에너지 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 위축까지 겹쳐 물가 오름세는 더 오래 지속되고,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골드만삭스는 이날도 투자자들에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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