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말 뿐인 총리" 기시다, 출범 1주일 만에 '분배정책' 줄줄이 후퇴[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2 16:32

수정 2021.10.12 16:32

"이렇게 빠르게 궤도를 수정한 총리는 드물다" 
금융소득 과세 사실상 폐기 
분배 기조 자체도 보수층에 공격 
현직 차관, "선심성 돈풀기다" 저격 
"분기 결산 보고 수정? 유지하라" 비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일본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일본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분배 중시 기조를 강조했지만 내각 출범 1주일만에 '부자증세' 등 핵심 분배 구상들을 줄줄이 후퇴시키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이렇게 궤도를 수정하는 총리는 드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일 일본 후지TV 방송에서 "금융소득 과세 확대에 대해 당분간 손 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다음 날 일본 국회에서도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며 사실상 폐기 방침을 나타냈다. 부유층의 거센 반발에 증시 부양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더해지자,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이다.


일본의 근로소득은 누진제로 최대 45%까지 세율이 매겨지는 반면,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은 일률 20%다. 이로 인해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등을 합산한 총 소득액이 1억엔(약 10억7000만원)을 넘어서게 되면, 금융투자 수익이 많은 '슈퍼 리치'들의 세금부담률이 낮아지는 역진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에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부담을 높여, 이 재원을 분배에 쓰겠다는 게 당초 기시다 총리의 구상이었다.

아울러 금융소득 과세에 대한 혜택으로 기업의 분기 결산 의무화를 폐지해주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는데, 이 역시 반응이 좋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자 사설에서 "분기 공시 의무화 폐지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투자자 정보 제공 등을 위해서라도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가 분배 신호탄으로 수십조엔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경제정책을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현직 재무성 차관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서, 시작부터 파열음이 나고 있다.

야노 고지 재무성 사무차관이 월간지(문예춘추 11월호)에 "선심성 정책"이라며 일본의 재정 상황을 빗대 "타이타닉호가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분배'로 깃발을 든 것 자체도 자민당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공격 대상이다. "분배없이는 성장도 없다"던 지난 5일 소신표명 연설의 호기로운 모습은 사라지고, 어디까지나 "성장과 분배를 통한 선순환을 위한 것"이라고 연일 해명하기 바쁜 모습이다.


일본의 일간 겐다이는 기시다 총리의 분배 정책 후퇴 조짐에 대해 "말 뿐인 총리"라며 "시장의 압박에 깨끗하게 굴복했다"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