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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자금성과 오징어게임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2 18:26

수정 2021.10.12 20:06

[차이나 톡] 자금성과 오징어게임

자금성의 정식 명칭은 고궁박물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건축물로 꼽힌다. 건축 당시 9999개의 방을 갖췄으니 직접 와보지 않아도 그 규모를 짐작 가능하다.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가 1406년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건설에 들어가 14년 만인 1420년 완성했다. 이후 명·청나라 황제 24명이 이곳을 거쳤다.

지난달 중순 자금성을 다녀왔다.
특파원 부임 이후 처음이다. 늦어진 것은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진 탓도 있지만 외신기자들에게 대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실제 원인이다. 아직까지 외신기자들은 천안문 광장과 연결된 자금성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돼 있다. 동문 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다. 항의가 잇따르자 중국 외교부가 진입 방법을 알려왔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금성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누각과 기둥 곳곳은 헐거나 생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또 그 자체가 문화유적인 건물에서 내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물이 아니라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보수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국민당 장개석이 대만으로 패퇴하면서 문물 상당수를 가져가 전시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광경이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중 사이에 또다시 원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초록색 체육복을 놓고 누가 먼저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 체육복에 '중국'이라는 한자를 삽입하고 배우 이정재의 사진을 활용해 판매한다며 비난하자, 관영 매체는 2019년 개봉한 중국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영화를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 쇼핑앱에서 오징어 게임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것이 '중국'이 쓰인 문제의 초록색 체육복이다. 이정재와 456번 제품은 그 옆이다. 쇼핑앱 검색 알고리즘이 어찌됐었든, 누가 원조인지 여부는 떠나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편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연히 관영 매체는 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논란 이후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자금성을 찾아봤다. 세계 3대 궁전 중 하나이며 중국 최대 고대문화예술박물관이라고 적혀 있다. 또 전국 최초의 애국주의 교육 시범 기지라는 설명도 있다. 명소 등급은 A가 5개 붙어 있다.


이즈음 밀려오는 원초적인 궁금증 하나. 왜 중국은 자국 문화유산은 내팽개치고 끊임없이 타국의 문화에 군침을 흘리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짐작은 한다.
신중국 탄생과 권력 유지, 문화대혁명과 홍위병, 그 과정에서 정립된 문화인식 등을 생각하면 추정 못할 것도 아니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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