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간에 쌓이지 않고 종양에 약물 실어나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3 13:21

수정 2021.10.13 13:21

원자력연구원, 표면성질 바꾼 나노물질 개발
진단·치료 위한 나노의약품으로 활용 가능
지르코늄-89 철나노입자가 종양에 도달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이미지. 원자력연구원 제공
지르코늄-89 철나노입자가 종양에 도달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이미지. 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담방사선연구소에서 나노물질의 표면 성질을 바꿔 종양까지 약물을 실어나르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이전까지는 나노물질이 간에 쌓이기만 할뿐 종양까지 온전히 도달하지 못했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물질은 나노입자에 결합시키는 동위원소에 따라, 진단용 뿐만아니라 치료용 나노의약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속기동위원소연구실 박정훈 박사팀은 100~200 nm(나노미터) 크기로 조절한 철 나노입자 내부에 진단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를 안정하게 결합하고, 고분자로 코팅해 표면 전하를 중성으로 만들었다. 이 나노물질을 실험쥐를 통한 실험 결과, 간에 오래 머물지 않고 통과해 종양에 도달했다.

서울대 방사선의학연구소 강건욱 소장은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지르코늄 나노물질은 간에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돼 의료용 소재로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 박정훈 박사팀이 지르코늄-89 철 나노입자를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간에만 쌓이던 기존 나노물질과 달리 종양까지 이동했다. 위부터) 음전하 나노입자(a), 양전하 나노입자(b), 중성 나노입자(c). 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구원 박정훈 박사팀이 지르코늄-89 철 나노입자를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간에만 쌓이던 기존 나노물질과 달리 종양까지 이동했다. 위부터) 음전하 나노입자(a), 양전하 나노입자(b), 중성 나노입자(c). 원자력연구원 제공
음전하 혹은 양전하를 띠는 기존의 지르코늄-89 표지 나노입자는 혈청 단백질과 엉겨 뭉치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뭉쳐 커진 입자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잡혀 간에 쌓인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나노입자는 고분자를 코팅해 표면 성질을 바꾸는 과정을 거쳐 중성에 가깝게 바꿨다. 이렇게 만든 나노입자는 혈청 단백질과의 결합이 줄고, 입자끼리 뭉치지 않게 돼 무사히 종양까지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연구진은 나노입자를 철과 천연물인 글루탐산을 조합해 럭비공과 같은 타원형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종양에 잘 안착하지 못하는 기존의 원형 입자와, 이동성이 떨어지는 막대형 입자의 단점을 극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지 영국왕립화학지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아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B(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B)'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이달 초 온라인으로 우선 게재됐다.

한편, 지르코늄-89는 영상진단에 사용하는 동위원소로,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기존 동위원소들보다 반감기가 길다. 이 때문에 지르코늄-89와 결합한 물질의 체내 움직임을 장시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
수입에 의존했던 Zr-89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생산하기 시작해 정기적으로 국내 연구기관 및 대학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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