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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국가' 레바논, 옥상 저격수 총탄에 시위대 6명 사망

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항구 창고 대폭발 사고의 조사 둘러싼 갈등
권력 엘리트층의 부 독점과 부패 만연
종교 분파간 3자 권력분점도 이권 나눠먹기

'실패 국가' 레바논, 옥상 저격수 총탄에 시위대 6명 사망
[AP/뉴시스] 1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에서 행진하는 시위대를 겨냥해 인근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들의 총알이 거리로 사정없이 날아들자 마침 밖에 있던 어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차 뒤로 숨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중동 레바논에서 초대형 항구창고 화재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고위 판사의 진퇴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 14일 수도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저격에 6명이 사망했다.

2020년 8월 수도 베이루트 항구 인근의 화학제 창고가 불이 나 폭발하면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7000명이 다쳤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법적 책임을 진 관리는 단 한 명도 없다. 이 사건을 두 번째로 맡아 집중 조사하고 있는 타렉 비타르 판사는 레바논의 암적 존재로 비판 받는 '권력 엘리트' 층 다수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에 레바논 3자 권력분점의 한 축인 시아파와 그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가 비타르 판사 축출을 주장하는 시위를 이날 수도 도심에서 펼쳤다.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던 중 갑자기 인근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들의 총격이 날아와 여러 사람이 죽은 것이다.

사망자는 시위대 참가 남성뿐 아니라 집에 있던 가정주부도 포함되었다. 총탄이 거리로 날아들고 난무하자 인근 학교 학생들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문제는 레바논 군이 즉시 투입되었지만 옥상 저격수들이 누구인지, 어느 정파 소속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누가 누구를 겨눠 총 쏜 것인지" 감을 못 잡는다는 것으로 '실패한 국가. 해체 직전의 국가' 레바논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외면상 타깃이 된 헤즈볼라와 시아파는 레바논을 어지러운 내전으로 끌고가려는 자들의 소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중해 변에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에 낀 레바논은 인구 700만 명으로 1990년 15년 내전이 끝나며 상당한 소득의 문화 국가로 이름을 얻었다. 서로 배척하는 시아파와 수니파 인구가 각각 28%, 기독교 및 카톨릭이 31%를 차지해 종교적 3자 간의 권력 분점은 내전을 막기는 했지만 대신 권력층의 소수 집단화 및 뇌물과 부패 만연이라는 다른 나쁜 가지를 쳤다.

2018년부터 레바논은 국가와 지방 정부 어느 곳 하나 쓰레기를 치울 기능마저 사라져 악취에 뒤덮인 나라가 되었고 국가 채무의 GDP 대비율이 세계서 가장 높은 불량 국가가 되었다. 그런던 중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수도 항구에서 2700톤의 비료제조용 질산 암모늄이 원인모를 불에 폭발해 219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학제는 위험 속에 6년 동안 창고에 방치되어 왔는데 화재나 위험물 방치를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이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번번이 저지되고 방해받은 것이다.

사망자 유족들은 레바논 형사재판 책임자이기도 한 비타르 판사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아파는 이 판사가 자기쪽 인사들만 소환하고 다른 정파 조사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헤즈볼라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이면서 테러 집단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레바논에서는 정계의 한 일파로 공식 인정되고 있다. 대통령직과 국회의장직 그리고 실권의 총리직이 3자 간에 배분되고 있는데 레바논 젊은이들은 취업과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스러워 하면서 권력 엘리트들에 대한 폭력적 저항을 3년 전부터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저항 시위는 하나도 정치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대폭발 후 레바논 정부에 정치 개혁을 조건으로 수십 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레바논 최고 부자를 새 총리로 삼는 등 권력 엘리트와 상류층은 전연 달라지지 않아 서방의 원조는 아직 실현되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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