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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참석할라"…유엔 사무총장, 아세안 장관회의 연기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15일 예정했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외교장관과의 화상회의 연기를 요청했다고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회의에 미얀마 군부의 외무장관인 원나 마웅 르윈이 참석을 통보했는데, 그대로 회의를 개최하면 자칫 쿠데타로 들어선 미얀마 군사정권을 인정하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8일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 외교부 앞으로 서한을 보내 "국제·지역적 상황의 시급성을 감안, 상호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최할 수 있을 때까지 회의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이 같은 연기 요청 사실을 전하면서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이날 밝혀진 것이다.

아직 미얀마 군사정권 인정 여부를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정권이 임명한 외교장관과 회의를 진행하는 건 부담스러웠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기존 미얀마 정부의 초모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군부 인사가 회의에 참석하면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얀마인들이 유엔에 걸고 있는 기대와 희망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포함된 유엔 내 관련 위원회는 다음 주 회의를 열고 미얀마 대표를 누구로 할지를 논의한다. 이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초모툰 대사가 의석을 유지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와 별도로,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15일 회의를 열고 이달 26~28일 예정한 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사령관이자 군사정권의 총리를 자처한 민 아웅 흘라잉을 제외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앞서 아세안 미얀마 특사를 맡고 있는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외교 2장관은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 평화 로드맵 관련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 회의에 흘라잉을 부르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세안은 지난 4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미얀마 문제 관련 정상회의에서Δ대화 시작 Δ폭력 종식 Δ인도적 지원 Δ정치범 석방 Δ아세안 미얀마 사태 특사 임명 등 5가지 내용에 합의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당시 흘라잉을 정상 자격은 아니지만 대화를 위해 초청해 5가지 항목에 함께 합의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흘라잉은 미얀마에 '피의 위기'를 촉발한 2월 1일 군사 쿠데타 총 책임자다.

아세안 평화 로드맵이 무색하게도 미얀마 폭력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1 쿠데타 이후 항의 시위와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지금까지 1171명이 사망하고, 7308명이 체포되거나 처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