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V-리그 최고 스타에서 학폭 논란으로 한순간 추락
국제배구연맹 통해 ITC 발급 받아 그리스로 이적
이들은 16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터키를 경유해 그리스로 향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2021~2022시즌 V-리그 개막전이 열린 날이다. 그러나 국내 무대에서 설 곳이 없던 이들은 그리스 PAOK에서 새출발을 택했다.
V-리그 최고 스타로 군림하던 이들의 운명이 바뀐 건 지난 2월이다.
한 포털사이트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피해자들은 총 4명이고, 이 사람들 제외 더 있다"고 폭로하며 피해를 당한 21가지의 일들을 나열했다.
사실상 '슈퍼 스타' 이재영, 이다영의 추락을 예고한 신호탄이었다.
논란이 일자 쌍둥이 자매는 곧바로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재영은 "학창 시절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이다영도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짧은 사과로 비난 여론을 바꿀 수는 없었다.
소속구단 흥국생명은 2월15일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같은 날 대한배구협회는 실무회의를 열어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모든 국제대회 선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여자대표팀 주축 선수였던 이재영과 이다영은 태극마크도 반납했다.
파장은 계속됐다. 협회는 '2020 배구인의 밤 행사'에서 이재영과 이다영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가 받은 '장한 어버이상'의 수상도 취소했다.
결국 이들은 2020~2021시즌이 끝날 때까지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차기 시즌 선수 등록 마감일(6월30일)을 앞두고 이재영, 이다영을 소속팀 선수로 등록할 계획을 세웠다. 구단의 이러한 방침이 알려지자 여론은 다시 들끓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박춘원 구단주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두 선수가 현재 선수로서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미등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흥국생명이 선수 등록을 포기하면서 이재영과 이다영은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국내 무대에서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실력은 보장되지만, 여론의 뭇매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두 선수를 굳이 영입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재영과 이다영이 그리스행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입장은 더 큰 역풍을 불러왔다. 이다영은 "내가 칼을 대고 목에 찌른 건 전혀 없었던 부분이다. 그걸(칼) 들고 욕을 한 것 뿐"이라며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칼을 들었다'는 설명은 팬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됐다.
해외이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대한배구협회가 국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두 선수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암초를 만났다.
이들은 국제배구연맹(FIVB)의 문을 두드렸고, 9월29일 FIVB 직권으로 ITC 발급이 승인되면서 마지막 걸림돌이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이다영이 가정폭력 의혹에 휩싸였다.
이다영이 이미 2018년 결혼했고, 이후 남편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이에 이다영의 법률 대리인은 "남편 A씨는 이혼의 전제 조건으로 의뢰인이 결혼 전부터 소유한 부동산을 달라거나, 5억원을 달라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경제적 요구를 반복했다"고 반박했다.
학교폭력 논란으로 한순간 추락한 쌍둥이 자매는 끝까지 여러 의혹을 남긴 채 그리스 리그 데뷔라는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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