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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절반의 승인'..."비트코인 ETF, 주류화 과정" 

정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0 14:44

수정 2021.10.20 14:44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 시작
비트코인 6만4000달러 넘겨
"근시일내 선물ETF 5개 승인"
"선물 ETF 성장시 현물 ETF 불필요" 분석도
[파이낸셜뉴스] 미국 시장에서 마침내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됐다. 제도권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2013년 첫 비트코인 ETF 신청 이후 8년만이다.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시장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나 이더리움(ETH) ETF 등 출시에 한발 더 다가서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8년만에 승인 비트코인 ETF "주류화 과정"

마이클 사피어 프로셰어즈 CEO(최고경영자)는 19일(현지시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연계 ETF의 출시를 열렬히 기다려 왔을 것"이라며 "화요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ETF 상품 거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 계좌를 보유하고 주식과 ETF 거래에 익숙하지만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투자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셰어즈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를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6개월만에 6만4000달러를 넘겼다. /사진=뉴시스
프로셰어즈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를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6개월만에 6만4000달러를 넘겼다. /사진=뉴시스

프로셰어즈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ETF에 대한 승인을 신청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5일 ETF 승인 관련 위원회를 개최했고, 직후 프로셰어즈는 투자설명서 일부를 수정해 SEC에 제출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는 코인데스크는 "연방증권법에 따라 SEC는 승인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도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 8월과 9월 연이어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반에크, 갤럭시디지털, 발키리 등이 잇따라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을 신청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신청이 먼저 있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를 설립한 윙클보스 형제는 지난 2013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승인을 처음 신청했다. 그러나 SEC는 가격 불안정성과 투자자 손실 위험 등을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고 있으며, 대신 선물 ETF 거래를 허용했다.

"근시일내 선물ETF 5개...500억달러 유입 가능"

외신들은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가 가상자산 투자의 주류 편입 신호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추가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리사 브리간사 전 SEC 지부장은 코인데스크TV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은 한 가지가 아닌 더 많은 선택권을 갖길 원할 것"이라며 SEC가 향후 더 많은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를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외신들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는 가상자산 관련 투자가 보다 주류가 되어 가는 가장 최근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앞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잇따라 한 바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외신들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는 가상자산 관련 투자가 보다 주류가 되어 가는 가장 최근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앞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잇따라 한 바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블록은 비트코인 선물 ETF 5개가 가까운 시일 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인데스크는 발키리 비트코인 선물 ETF도 승인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도 전했다.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CEO는 "첫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 이후 더 많은 자본 및 투자자가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 이후 이더리움(ETH) ETF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프로셰어스의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 시작과 함께 비트코인 시세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사상 최고가에서 400달러(약 47만원) 가량 못 미치는 6만4434.53달러(약 7563만원)까지 올랐다. 비트코인이 6만4000달러(약 7500만원)를 넘긴 것은 지난 4월 14일 이후 약 6개월만이다. 현재 기록으로 남아있는 비트코인 최고가는 4월 14일 기록한 6만4863.10달러(약 7614만원)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톰 리 펀드스트랫 창업자는 "비트코인 선물 ETF 첫 해에 500억달러(약 59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ETF의 거인인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1 펀드(자산가치 1880억달러, 약 222조원)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전적 수요 많지 않을 것" 부정적 전망도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투자플랫폼 플러리시의 벤 크뤽생크(Ben Cruikshank) 대표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선물 ETF는 코인베이스에서 계정을 개설하는 것보다는 덜 간단하지만 복잡한 선물 상품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엘 애치슨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 시장 통찰력 책임자는 "시장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이 상품에 대한 금전적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상자지수펀드(ETF)가 복잡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상자지수펀드(ETF)가 복잡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비트코인 선물ETF가 잘 운영이 되고 시장의 규모가 커져 투자자 수요가 충족이 되면 오히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필요없어 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대형 증권사들이 어느 정도나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선물 ETF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할지 역시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TF 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CF벤치마크 수이 청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선물 ETF를 고객에게 제공할 지 여부는 찰스 슈왑, TD 아메리트레이드 같은 대형 증권사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를 앞두고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벤시너 투자전략의 사장 릭 벤시너는 "고점에 가까워지며 지금 비트코인 구매에 대해 두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NBC의 유명 진행자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비트코인 ETF 출시가 임박한 덕에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했다"며 보유하고 있던 이더리움 가운데 8분의 1을 미리 매각했다고 전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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