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방치된 섬유공장, 옮기는 교도소…'주거+산업 복합개발' 추진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6 17:57

수정 2021.11.11 14:44

[흉물로 방치된 땅] 4 옛 충남방적 터·대전 원도심 쇼핑몰

건물 수개동 15년째 문 닫힌 채로 부영건설 공동주택 개발계획 제출
대전 도안3단계 구역 포함돼 반려
대흥동 메인스트릿도 13년째 방치
"청년주택 등 다각적 방안 모색해야"
13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는 대전 중구 대흥동 복합쇼핑몰 건물.
13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는 대전 중구 대흥동 복합쇼핑몰 건물.
대전 유성구 원내동 옛 충남방적 터.
대전 유성구 원내동 옛 충남방적 터.
옛 충남방적 터 서쪽 철조망 쪽문에 걸려있는 '무단침입시 고발한다'는 경고성 현수막.
옛 충남방적 터 서쪽 철조망 쪽문에 걸려있는 '무단침입시 고발한다'는 경고성 현수막.
【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지난 25일 오후 대전 유성대로와 접한 유성구 원내동 옛 충남방적 터. 광활한 공장 부지 서쪽인 이 곳 철조망 담장 한 켠에 공장으로 들어가는 쪽문이 눈에 들어온다. 가시 철조망을 둥글게 말아 얹은 쪽문에는 '무단침입시 형사고발한다'는 경고성 현수막이 걸려있다.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잡목과 덩굴이 뒤엉킨 철제 판넬 펜스 너머로 유리창이 모두 깨진 을씨년스러운 폐교 건물 한 켠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곳은 방적공장 여직원들이 다니던 산업체 부설 학교 건물. 지난 1979년 충남방적 대전공장 준공과 함께 개교한 이 학교는 한 때 학급수가 100개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섬유산업 쇠퇴와 공장 자동화 등으로 모기업인 충남방적이 회사정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쇠락, 지난 2005년 결국 폐교를 맞았다. 이후 15년 넘도록 그대로 방치되면서 흉물스런 모습을 띠고 있다.
이 건물은 오랫동안 별다른 보수없이 방치되다보니 공포체험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을 정도로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부지에는 폐교 외에도 생산설비가 가동되던 대규모 공장 건물 수 개동이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15년 방치 옛 충남방적 터 개발여부 '촉각'

옛 충남방적 터는 개발이 포화상태에 이른 대전지역에서 보기드물게 장기 방치된 대규모 '알짜'용지다. 총 77만㎡에 이르는 이 땅의 현 소유주는 부영건설. 부영은 지난 2005년 옛 충남방적 터를 사들였다.

부영이 충남방적 토지를 매입했을 때부터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아파트를 건설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부영이 건설규모나 사업방식 등을 구체화해 대전시와 정식 제출한 때는 땅을 매입하고 10년 여가 흐른 뒤인 2016년. 당시 부영은 뉴스테이 방식으로 총 9304세대 공동주택을 단계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대전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도시계획상 이 부지 한 곳만 따로 개발할 수 없다며 이를 반려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옛 충남방적 터는 앞으로 개발계획이 수립될 대전 도안 3단계 구역에 포함돼 있어 따로 떼내어 개발할 수 없는 곳"이라면서 "이 부지가 대전교도소와 접해 있는 만큼 조만간 교도소 이전이 확정되는대로 개발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도안 3단계 예정구역은 현재 난개발을 막기 위해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시가화조정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로, 대전시는 현재 진행중인 대전 교도소 이전사업 일정에 맞춰 이 일대를 주거용지와 첨단산업용지 등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옛 충남방적 부지는 도안 3단계 예정지 총면적 (309만㎡)의 25%에 달한다

■원도심 복합쇼핑몰 13년째 공사중단

대전지역에서 공사가 중단된 채 10년이 넘도록 도심의 흉물로 방치된 또다른 건축물은 원도심 핵심상권인 중구 대흥동의 복합쇼핑몰인 '메인스트릿'건물이다.

지하 8층 지상 15층에 연면적만 4만6407㎡규모로 웬만한 중대형 쇼핑몰 규모와 맞먹는다. 착공 초기 인근 원도심 상인들로부터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13년째 준공되지 못하고 있다.

이 건물은 2000년대 중반 공사가 시작돼 어느 정도 공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공정이 지연되는 등 사업추진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다 지난 2008년 건설사가 부도나면서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전 원도심이 쇠퇴기를 겪으면서 공사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역의 흉물로 남겨졌다.

지난 2017년 한 업체가 매입 후 공사를 다시 진행하려했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해 매매계약 뒤 다시 방치됐다. 이후 2019년 6월 재공매로 매입, 잔금을 모두 납부하면서 10여년 만에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또다시 금융권 대출 실패에 따른 자금문제 등으로 공사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원도심 상권 요지에 대형 건축물이 흉물로 방치되면서 인근 상인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이 일대의 한 상인은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사고의 위험도 있다"면서 "주변 상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속히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적극나서 대책마련 나서야"

이렇게 오랫동안 흉물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건축물 문제를 해결하기위해는 지방자치단체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장기방치 건축물에 재정을 투입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중단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된데 따른 것이다.


대전지역에는 현재 준공되지 않은채 장기간 방치된 건물은 모두 1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년 이상의 경우도 6곳에 달한다.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은 "특별조치법 등이 마련돼 있는 만큼 10년에서 20년 이상 방치된 건물에 대해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지자체가 매입해 산하기관을 유치하거나 용도변경을 통해 청년주택 등으로 전환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