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국제공조…신청하는데만 '한 세월'
형사사법공조, 지방검찰청에 대검까지 거쳐 '복잡'
경찰 "신속한 증거 확보하기 위해 절차 개선돼야"
형사사법공조, 지방검찰청에 대검까지 거쳐 '복잡'
경찰 "신속한 증거 확보하기 위해 절차 개선돼야"
국제범죄 증가로 국제공조수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경찰이 절차에 발목을 잡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죄 증거 확보에 신속한 공조 수사가 중요한데 국내 승인 절차가 복잡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절차만 한 달…"확보했던 증거도 날아갈 판"
10월 31일 법무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 거점을 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디지털성범죄, 랜섬웨어 공격 등 범죄가 잇따라 형사사법공조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 '2020년 법무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요청한 형사사법공조 건수는 420건으로, 2019년 375건 대비 12% 증가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90%나 증가한 수치다.
사법 경찰관은 형사사법공조 체계 등을 통해 국제공조를 요청할 수 있다. 외교 경로를 통한 공조요청으로, 향후 범죄 증거 인정에 효력이 있다. 다만 인터폴을 통한 공조는 법정 증거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형사사법공조의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사법경찰관이 법무부에 공조요청서를 송부하기 위해선 검찰에 신청해야 한다. 이때 공조요청서는 지방검찰청에서 대검찰청까지 거쳐 법무부와 외교부에 이르게 된다. 각 기관을 거칠 때마다 평균 1주일 이상이 걸려 국내 절차를 밟는데만 한 달 가까이 소요된다.
특히 사이버범죄의 경우 범죄자의 해외 IP가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접속기록의 보관기한은 3개월에 불과하다. 해외 승인 절차까지 거치면 확보했던 증거의 보관기한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탓에 국내 절차가 단축돼 조금이라도 증거 확보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수사에선 휘발성 데이터가 많은데 단 하루 차이로 접속 기록이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국내·외 절차를 밟아 공조요청서를 주고받다 보면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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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됐는데…국제 공조는?
일선 경찰관들은 형사사법공조의 절차가 간소화돼야 하는 이유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꼽기도 했다.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게 된 만큼 국제공조에서도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이 폐지되지 않았나"라며 "형사사법공조 요청 시에도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무부에 바로 요청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공조수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 사건에만 수십건의 공조요청을 할 때도 있는데 국내 절차에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소비하는 건 낭비"라고 덧붙였다.
실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우크라이나 경찰,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터폴과 공조해 악성 랜섬웨어인 '클롭'(CLOP)을 전세계에 유포한 국제범죄조직의 자금세탁 총책을 붙잡기 까지 2년여간 수사하면서 35건의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국회 안팎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국제형사사법 공조법 일부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경찰은 검찰을 통해 공조요청서를 신청하도록 하는 '국제형사사법 공조법 제29조'를 정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으나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법무부는 형사사법공조 요청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별개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형사사법공조는 타국과 조약 및 외교관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외교적 성격이 수반되는 형사사법작용으로, 국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와는 평면을 달리한다"며 "우리나라와 공조하는 해외 역시 검찰을 거쳐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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