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에 정신질환 산재 느는데.. 신청 이후 승인까지 209일 걸려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28 17:55

수정 2021.10.28 18:38

작년 정신질환 산재 신청 581건
전년比 70%↑… 승인율은 정체
직장내 괴롭힘도 산재 인정 영향
우울증·적응장애·PTSD 등 다양
신청절차 간소화 등 대책 마련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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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정신질환 산재 느는데.. 신청 이후 승인까지 209일 걸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질환 산업재해 신청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산재 승인을 받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재해 신청에 필요한 절차 간소화와 정신질환의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가름 하는 기준을 분명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 정신질환 산업재해 신청 70% 증가

지난해 정신질환 산업재해 신청은 전년 대비 7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발표한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581건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인 2019년 331건에 비해 250건 이상 늘어났다. 정신질환 산업재해 유형에는 우울증, 적응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등이 있다.


정신질환 산재 신청이 작년 한 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스트레스 가중과 2019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산재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근로자들이 백신휴가·재택근무 사용 불허, 과도한 사생활 제한 등 부당한 대우를 겪고 있어 정신질환 산재 신청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9월 시행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이유로 회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답한 응답률은 84.5%로 높게 나타났다.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무사는 "2019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서 이에 따른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산재 신청해도 승인까지 209.4일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산재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아픔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한 상황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신질환 산재 승인까지 필요한 소요 시간은 지난 5월 기준 209.4일에 달한다.

정신질환 피해자가 산재 신청을 위해서는 현 심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임상심리검사지등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은 대형병원 급에서 진행된 임상심리검사만 제출 서류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 피해자들은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시간이 무려 수 개월에 달한다는 것이다.

권동희 노무사는 "9월에 임상심리검사를 진행한 의뢰인의 검사 결과가 내년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가 찼다"고 토로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 전문의는 "공단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 대형병원 급에서 진행된 임상심리검사지를 요구하지만 그 검사 때문에 피해자들의 산재 승인까지는 수 개월이 걸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피해자들 중에서는 작은 병원을 내원하는 분들도 많다. 국가에서 인증된 임상심리사가 진행한 검사라면 병원 규모에 관계 없이 제출 서류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신청이 접수되면 피해자의 정신질환이 업무상 질병인지 여부는 공단 내 질판위가 판단한다.
질판위는 임상의, 직업환경의,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돼 위원 간 다수결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 간 판단 기준이 서로 달라 의견을 합의해 승인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권동희 노무사는 "일부 위원들은 눈에 보이는 의학적 증거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경우가 있어 정신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폭이 좁은 상황"이라며 "위원들 간 충분한 토의 분위기 조성과 사전 교육 확대를 통해 승인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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