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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한반도의 벌거벗은 임금님

[서초포럼] 한반도의 벌거벗은 임금님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분산과 균형 없이 쉽게 깨지는 달걀들을 모두 다 한 곳에 넣어 두었다가 자칫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이 오랜 속담이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반영하는 듯하다.

지난 7일 다트머스대학의 제니퍼 린드와 대릴 프레스 교수가 워싱턴포스트에 다소 도발적인 글을 기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그리고 약화된 한미 동맹에 있어서 이제는 한국도 핵 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결론이 문 대통령의 핵 정책과 얼마나 잘 어울릴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미국 내 영향력 있는 플랫폼에서 미국 학자들의 직접적인 표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사건들은 이러한 논리에 어느 정도 무게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으며 핵 탑재 능력까지 자랑하고 있다. 중국도 초음속 미사일 실험으로 미국을 놀라게 했다. 여기서 한국도 질세라 우주선을 시험발사했다. 비록 계획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보여준 기술은 유망하다. 많은 면에서 이 세 나라가 실험하는 기술의 본질은 동일하다. 모두 높은 수준의 운송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 기술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국의 군사전략적 사고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가?

한미 관계가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대해 동맹으로 동일한 공약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군사 전략가들은 미국의 약속이 20년 후에 20년 전만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라크, 중동,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가 이에 힘을 더 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많은 도시가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에 놓여 있어 위험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요즘 미국의 정책은 국익에 집중하고 있으며, 다른 동맹을 통해 중국의 성장을 관리, 감시하려 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애치슨라인이 더 이상 한반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북한은 잠수함에서 다시 한 번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 한국, 일본, 중국의 태도와 인식의 차이가 눈에 띈다. 한국 정부의 반응은 유감으로 나왔고 미국과 일본의 반응은 예측한 대로 절제된 경고로 끝났다.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도발이 일상적인 일로 된 것인가? 불확실한 지정학적 난관에서 북핵을 '도발'이라고 표현할지 아니면 미사일 추정 발사체로 우선 완곡하게 표현할 지조차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데르센의 '발가벗은 임금님'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입지 않은 왕에게 아무도 그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들 나체인 왕을 보고 각기 다른 말로 상황을 넘긴다.
어떤 이는 감탄사를 전하고, 어떤 이들은 뒤에서 웃기도 한다. 지정학적 난관에서는 '그 후 뒷이야기'인 결과를 다양한 시점에서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평화의 시초는 현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이해에서 비롯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 적어도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에 주목하는 것도 작은 시작이 아닐까.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