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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언제까지 계속될까[최종근의 車스토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0 10:00

수정 2021.10.30 14:38

반도체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3분기 국내 완성차 생산차질 커져
4분기부턴 반도체 수급 완화
다만 영향은 내년까지 계속될 듯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파이낸셜뉴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해외 업체 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들도 생산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 이 여파로 3·4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가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적어도 내년까지는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올해 4·4분기부터는 조금씩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 내년까지…4·4분기 일부 개선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반도체 부족 사태 영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4·4분기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 26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동남아 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9월을 넘어가면서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의 라인 정상화 까지는 추가 시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4·4분기 또한 공급 차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일부 영향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 부사장은 "가이던스에서 말한 것처럼 올해 연간 판매 목표 400만대 추진 중이며 4·4분기엔 3·4분기 보다 일부 (반도체 수급이)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4·4분기는 도매 판매가 전분기 대비 15~20%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본격적인 반도체 수급난 완화는 내년쯤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지난 2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성과가 기대한 것 보다는 못 나왔는데 내년 초, 1·4분기는 돼야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3·4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 13년만에 최저
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4분기(7∼9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한 자동차는 총 76만1975대를 기록했다. 3·4분기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76만121대)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기(92만1583대)와 비교해도 20.9% 줄어든 기록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며 비교적 선전해왔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누적 생산량은 82만9918대로 전년 대비 11.8% 늘었고, 같은 기간 기아는 74만67대를 생산해 21.7% 급증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후공정이 이뤄지는 현지 공장들의 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난이 더 심화되면서 자동차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올해 3·4분기 35만209대를 생산해 전년 대비 1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생산량도 32만1734대로 집계돼 6.5% 줄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지난달 9~10일, 14~17일 아산공장 가동을 멈췄고 울산 4공장도 13~17일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9월 3일과 7일, 기아 조지아 공장도 지난달 7일 가동을 중단했다. 이달에도 11~15일 기아 멕시코 공장이 휴업했다.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감산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GM은 올해 3·4분기 4만5939대를 생산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5.3% 급감했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르노삼성은 올해 3·4분기 3만3760대를 생산,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현대차, 연말 생산 확대 총력
현대차는 최근 노조에 올해 남은 기간 생산량을 만회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현대차의 경우 반도체 수급 문제로 당초 목표보다 10% 정도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봉쇄가 일부 풀리고 공장 가동률도 올라가고 있어 반도체 공급이 전분기 보단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연말 특근을 확대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재 일부 생산 라인에서만 제한적으로 특근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주력 차종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다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에 이어 연말에는 신형 G90 출시가 예정돼 있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선 아이오닉5, 유럽에선 EV6 판매가 본격화되는 만큼 4·4분기에는 실적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반도체 자체 개발 추진
현대차는 대체 소자 개발과 연간물량 조기 발주 실시, 공급 업체와 정기적 협의체 운영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해 반도체 수급 안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을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못해 차를 못 파는 상황까지 이르자 내재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뇨스 사장은 "반도체 칩 제조업체 인텔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등 반도체 업계가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현대차도 그룹 내에서 칩을 개발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개발에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지만, 이것은 우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면서 "현대차의 자동차 부품 계열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자체 반도체 개발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차량용 반도체 분야 개발역량 확보를 위해 그룹 내 계열사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현재는 반도체 설계 섹터를 신설해 시스템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등 미래형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목표로 하는 반도체는 현재 극심한 수급난을 겪고 있는 단순 반도체와는 별개의 제품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