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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부족한데 광고 계속 해야 해?" 기업들 마케팅 감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1 04:01

수정 2021.10.31 04:01

[파이낸셜뉴스]
광고업계가 연말대목을 앞두고도 심각한 공급망 차질에 따른 광고매출 둔화를 겪고 있다. 사진은 9월 22일(현지시간) 영국 하펜던의 세인즈버리 슈퍼마켓. 로이터뉴스1
광고업계가 연말대목을 앞두고도 심각한 공급망 차질에 따른 광고매출 둔화를 겪고 있다. 사진은 9월 22일(현지시간) 영국 하펜던의 세인즈버리 슈퍼마켓. 로이터뉴스1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미국 광고업계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팔 제품을 몇 달째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가운데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지도 못한 제품을 광고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기세가 꺾이면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기업들은 공급망·물류 병목현상에 인력난까지 겹쳐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소매업체들은 항만에 쌓인 컨테이너들을 제 때 운반하지 못해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때문에 매장에는 재고가 바닥나는 일이 잦아졌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았다가 허탕을 치기 일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30일(이하 현지시간) 공급난을 겪는 업체들이 광고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기업들, 광고지출 삭감
브랜딩 업체 스털링브랜즈의 수전 캔터 최고경영자(CEO)는 "매장 선반이 듬성듬성한 와중에 (광고로) 수요를 부추기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광고도 줄기 시작했다.

초컬릿 메이저 허시, 화장지 등으로 유명한 킴벌리-클라크, 세제 암앤드해머로 유명한 처치앤드드와이트 등 소비재 업체들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이를 확인했다.

이들은 공급망 문제로 인해 3·4분기 중 광고·마케팅 비용 지출을 줄였다고 밝혔다.

미셸 벅 허시 CEO는 실적발표 뒤 투자자들과 전화통화에서 "허시의 매우 영향력 있는 광고로 인해 창출될 추가 수요가 공급망 차질 문제때문에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광고를 지속하는 것은 무의하다고 말했다.

마리아 헨리 킴벌리-클라크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광고를 이전처럼 계속했다면 클리넥스 화장지, 하기스 기저귀 등의 공급부족 사태가 더 악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고객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것 자체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처치앤드드와이트도 실적발표에서 가장 공급이 달리는 가정용품을 중심으로 3·4분기 광고·마케팅 지출을 줄였다고 밝혔다. 처치앤드드와이트는 공급망 차질 문제가 내년 상반기부터 완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광고 둔화 예고
소비재 기업들의 광고전략 수정은 온라인 광고가 주수입원인 소셜미디어 업체들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 광고 업계 양대 세력인 메타(페이스북)와 스냅은 10월 실적 발표에서 4·4분기 매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애플이 4월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강호하면서 맞춤형 광고가 어려워진 것이 충격이 컸다.

그러나 이와함께 공급망 병목현상, 노동력 부족과 같은 거시경제 요인 역시 이같은 비관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제품 부족 사태로 기업들의 광고가 줄면 4·4분기 온라인 광고 매출 역시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광고업계 연말대목 사라지나
광고업계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팬데믹이 완화되고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중 최대 대목을 앞두고 있던 참이기 때문이다.

4·4분기는 연중 최대 쇼핑시즌으로 각 소매업체와 브랜드들이 앞다퉈 광고에 나서 광고업계로서는 가장 짭짤한 분기다.

그러나 공급망 차질이 올해 4·4분기 광고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디어업체 버슬디지털그룹(BDG)의 제이슨 웨이건하임 사장은 자동차부터 기저귀, 장난감, 식료품,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심각한 제품 공급부족 사태가 빚어져 "광고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규모로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감소 흐름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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