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코로나 핼러윈' 우려…경찰 초강수에 인파 빠진 이태원[현장]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31 15:19

수정 2021.10.31 15:19

2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근처, 인파들이 붐비자 경찰들이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김해솔 기자
2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근처, 인파들이 붐비자 경찰들이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김해솔 기자

[파이낸셜뉴스]"빨리 집으로 돌아가세요"
29일 오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파가 모이는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는 마이크를 든 경찰의 목소리가 퍼져 흘렀다. 최근 전 세계적인 유행을 얻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코스프레 한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수십 명의 경찰들은 이들을 둘러싸고 호루라기를 불자 이내 거리 밖으로 가고 있었다. 일부 외국인들이 소주병을 들고 모여들었지만 경찰이 곧바로 제지했고 도로는 금세 한산했다.


1일부터 시행되는 '단계적 일상회복'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핼러윈데이 기간을 맞은 홍대 입구와 이태원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은 기동대까지 동원하며 수백 명의 계도 인력을 파견해 거리는 이내 고요함을 되찾았다.

29일 오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경찰이 외국인들에게 귀가 계도 조치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29일 오후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경찰이 외국인들에게 귀가 계도 조치를 하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집에 돌아가라" 경찰 적극 계도
이날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교복, 해골 분장 등 코스프레를 한 인파들로 붐볐다. 이들은 오후 10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영업시간이 끝났음에도 쉽게 거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부 인원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이태원 인근에는 경찰기동대 3개 부대 등 총 230여명의 인원이 계도에 동원됐다. 인파들이 거리를 떠나지 않자, 경찰들은 일제히 호루라기를 불며 귀가를 부추겼다. 일부 외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춤을 추자 한 경찰이 "come back home(집에 돌아가라)"이라며 귀가를 독려했다.

독일 출신 외국인 A씨(24)는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때문에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며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2시, 경찰의 계도 활동이 계속되자 이태원은 대다수 인파가 사라졌다. 경찰은 길거리에 누워있는 취객을 깨워 귀가를 독려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마이크로 귀가를 독려하고 호루라기를 부는 등 계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며 "이태원 골목 안쪽까지 계도 인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근처, 식당 등의 영업시간이 끝나자 인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사진=김해솔 기자
2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근처, 식당 등의 영업시간이 끝나자 인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사진=김해솔 기자


■"사이렌 시끄러워 집 가겠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도 많은 인파로 붐볐다. 식당의 영업시간이 끝난 오후 10시에는 인파가 넘실거렸지만 경찰 열댓 명이 일렬로 서서 호루라기를 불자 인원은 금세 3분의 1도 남지 않았다. 경찰은 차도로 다니는 사람들,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을 계속 지적했다.

경찰관들은 확성기를 통해, 그리고 시민들에게 일일이 붙어 "해산해 달라, 귀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순찰차 3~4대도 주위를 돌면서 마스크 착용과 해산을 요청했다. 귀를 막고 얼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떼는 시민이 여럿 보였다.

오징어게임의 분홍색 병사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박모씨(28)는 "핼러윈 같은 이벤트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코로나 시대 유일한 희망"이라면서도 "이렇게 모여 있으면 위험하긴 할 것 같으니 경찰 말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유학 온 지 3년째라는 20대 미국인 A씨는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집에 갈 참"이라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수그러들든지 해서 좀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이 일대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나 소음 등과 관련된 민원이 많으면 하루에 70~80건 정도 들어온다"며 "걷고 싶은 거리를 비롯해 근방의 홍대의 군중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계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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