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 위중증환자 증가 가능성
병상 부족해져 의료체계 과부하 우려
50세미만·돌파감염 한해 재택치료해야
항체치료제 활용해 위중증 진행 막고
상급종합병원 중환자 병상 확보해야
#. 지난달 초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던 혈액암 환자 B씨는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길 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원을 원하는 병원의 병상이 부족해 일주일 넘게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대학병원 측은 "전원을 원하는 병원에 남은 병실이 없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면서 위중증 환자 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확진자는 그만큼 더 증가할 수밖에 없고 위중증 환자가 늘면 감염병 전담 병원의 병상이 부족해져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있다. 병상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나이와 기저질환을 기준으로 재택치료 대상을 좁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70세 미만의 코로나19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확진자에 대해 재택치료를 받도록 한 것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고 위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응급 이송 체계가 확실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환자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의료현실을 좀 더 고려해 재택치료 대상을 분류해야 한다"면서 "50세 미만이거나 돌파감염일 경우 재택치료를 시행하고, 50세나 60세 이상이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되면 바로 치료할 수 있는 감염병 전담 병원에 입원하거나 최소한 생활치료센터라도 입소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중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면 응급 이송할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은 처음부터 따로 분류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위중증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생활치료센터에 전문 의료진을 투입해 항체 치료제를 활용하도록 하는 등 초기 적극적인 치료도 중요하다. 정부가 당장 중환자 병상을 배로 늘린다 해도 일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다.
천 교수는 "초기 일주일 정도면 회복될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면 보통 2주에서 길게는 2~3달까지 걸리게 되고 결국 병상 부족이 심화돼 대기하는 다른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면서 "생활치료센터에서 항체 치료제를 활용하면 위중증으로 진행되는 환자 수를 줄여 감염병 전담 병원의 병상을 훨씬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에 따른 의료체계 과부하에 대비해 중환자 병상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어느 정도의 확진자 증가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중환자 병상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민간 상급종합병원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등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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