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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믿음이 나약해졌을때 토네이도와 함께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Guideposts]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2 17:41

수정 2021.11.02 17:41

시련 속에서 신앙심을 되찾다 제니 제이콥슨
집이 무너질 것같은 공포속 목소리가 들렸다, 명령이었다
"날 찬양하고 가르침을 말하라"
기도와 성경에 소홀하던 내가 주를 외치고 의지했다
폭풍이 지나간 마을은 전쟁터 하지만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사는 제니 제이콥슨(오른쪽)은 토네이도가 몰아치는 대혼란 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를 찬양하고 내 가르침을 말하라"는 명령에 따라 "오 신실하신 주여, 아버지 당신을 찬미합니다!"라고 소리치자, 순간 두려움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믿음이란 몸에 두르는 망토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사는 제니 제이콥슨(오른쪽)은 토네이도가 몰아치는 대혼란 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를 찬양하고 내 가르침을 말하라"는 명령에 따라 "오 신실하신 주여, 아버지 당신을 찬미합니다!"라고 소리치자, 순간 두려움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믿음이란 몸에 두르는 망토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남동부에 위치한 오마하라는 도시 근처에 살고 있다. 토네이도 경보기가 울릴 때마다 지하실로 달려간다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그런 곳이다. 그래서 아버지날을 이틀 앞둔 6월의 금요일에 토네이도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렸을 때도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열두살 손자 애셔가 집요하게 울려대는 경보기 소리에 움찔 놀라 물었다. "우리 지하실로 가는 거예요?"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초저녁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할머니는 남은 일 좀 더 할게. 그런 다음에 간식 챙겨서 지하실로 내려가자꾸나."

"저희 기도해야 하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은 고집스럽게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고백하자면 근래 나는 영적으로 정체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의 첫 30분을 기도와 성경 읽기에 바쳤다. 하지만 요 몇 달은 의도적으로 기도를 했고, 성경책은 거의 열어보지 않았다.

하나님께 화가 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페이스북에 업데이트된 콘텐츠와 메일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남편 제이크와 아침 식사할 시간이 되었고, 애셔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란한 경보기 소리 너머로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들렸다. 빠르게 달리는 화물 열차 소리. 집 근처 어디에도 철로는 없었다.

"뛰어! 지하실로! 당장!" 나는 애셔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쏜살같이 지하실 계단을 뛰어내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애셔를 내 옆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주먹을 꼭 쥔 애셔의 손이 떨렸다.

"할아버지는 괜찮으실까요?"

아이가 물었다. 남편은 아버지날을 맞아 남자들만 참여하는 행사가 있어 교회에 가고 없었다.

"할아버지랑 교회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안전하실 거야. 아마 기도하고 계시겠지."

나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된 벽에 난 조그만 두 개의 창문을 보았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은 섬뜩한 녹색을 띠고 있었다. 입이 바싹 타 들어갔다. 어째서 경보기 소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거야? 애셔와 나는 집 안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 있었다. 하지만 저 창문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튈 것이다. 나는 떨리는 다리를 일으켜 창문을 가릴 만한 단단한 물건을 찾아보았다. 허사였다. 울부짖는 바람 소리는 이제 우리 머리 바로 위에서 들렸다.

집이 흔들렸다. 창문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덜컹거렸다. 나는 '오즈의 마법사'를 생각했다. 도로시는 자신의 집이 깔때기 모양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집이 우리 위로 무너져 내리면 어떡하지? 못지않게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더 짙어지고 더 불길해진 녹색 빛은 사악하고 치명적인 기운을 내뿜으며 지하실에 스며들었다.

"나를 찬양하고 내 가르침을 말하라!"

대혼란을 관통해 들린 목소리는 너무나 선명했다. 그것은 제안이 아니었다. 명령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위대하신 주여, 당신을 찬양합니다!" 나는 양팔을 높이 든 채 토네이도의 포효 위로 크게 고함치며 말했다.

폭풍은 무자비하게 우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내 두려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가져가신 것이다. 마치 하나님께서 나와 애셔를 그의 강력한 손으로 붙들고 있는 것 같았다. 애셔조차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손자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신감에 찬 발걸음으로 지하실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성경에 나오는 보호에 대한 약속과 관련된 구절을 아는대로 낭송했다. 하나님이 노아와 하신 약속. 사자굴 속의 다니엘. 갈릴리 바다를 길들이신 예수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나는 믿음을 몸에 두르는 망토와 같은 거라고 늘 생각했다. 어떤 경우에도 나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물리적인 보증 같은 것 말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되는대로 내버려 두었을 때 그 망토는 벗어졌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토네이도 사이에 있는 유일한 것은 믿음뿐이었다.

"오 신실하신 주." 나는 소리쳤다. 토네이도가 더 크게 비명을 지를수록 내 자신감도 점점 더 커졌다. "아버지, 당신을 찬미합니다!" 그때 폭풍이, 시작도 그랬듯이, 갑자기 뚝 그쳤다. 창문으로 희미한 빛이 비쳤다. 서서히 지하실이 고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휴대폰 벨 소리가 적막을 깼다. 남편이었다.

"여보, 당신하고 애셔는 괜찮아요?"

"네, 우린 안전해요. 조심히 오세요."

애셔와 나는 계단을 올라갔다. 주방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마당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거대한 나뭇가지들, 쓰레기, 테라스 의자들, 지붕 조각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폭풍은 집 안의 가구를 거의 15㎝나 옮겨 놓았지만 다행히 집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 자신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폭풍은 오마하 전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생기지 않았다. 시속 170㎞ 이상의 토네이도가 두 차례나 지역을 강타했다. 남편이 차로 금방이면 있는 교회에서 집까지 오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집 앞 진입로에서 나는 남편의 품에 와락 안겼다. 이웃이 서로 복구 작업을 도와주느라 전기톱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이틀 뒤면 아버지의 날이다.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그날 아침은 가장 먼저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축하하는 일로 시작할 것이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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