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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분쟁법' 된 임대차3법… 계약갱신 갈등 5배 키웠다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2 17:45

수정 2021.11.02 17:45

임대차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181건 접수… 작년보다 5배 늘어
"집주인 실거주 목적 아님에도 계약갱신 거부 사례 가장 많아"
'국민분쟁법' 된 임대차3법… 계약갱신 갈등 5배 키웠다
#.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40대 이모씨는 올해 12월 2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직접 거주를 해야하니, 계약갱신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부랴부랴 인근 전셋집을 알아보던 이씨는 부동산 포털사이트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이 매물로 등록된 것을 알게 됐다. 이씨는 "실거주가 아닐 경우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집주인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우선 내가 몇 개월 산 다음 세입자를 구할 예정"이라며 집을 비워주지 않을 경우 명도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한 임대차3법을 도입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집주인과 세입간 갈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계약갱신 관련 분쟁이 전년 동기보다 5배나 급증하면서 '국민분쟁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촘촘하지 못한 국회 주도식 정책 추진의 부메랑이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2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임대차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접수 건수는 18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37건)에 비해 5배 가량 급등한 수치다. 지난해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본격 도입된 이후 예외 조항을 둔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분쟁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차임·보증금 증감' 관련 분쟁 접수도 같은 기간 14건에서 4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최대 5% 인상'이 가능한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된 지난해 7월까지 한 달 기준 0~1건에 불과했던 분쟁 접수 건이 같은해 8월부터는 최소 2건에서 최대 12건까지 늘어났다.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전체 분쟁 접수도 올해 1~9월 1202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9% 가량 증가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임대차법 도입 영향으로 계약갱신이나 보증금과 관련된 분쟁조정신청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이 아님에도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분쟁을 심사관과 조사관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분쟁조정기구다. 조정이 신청되면 위원회는 조정 절차를 개시하고 조사 및 심의조정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한다. 조정안에 대해 상대방이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되고, 해당 조정안은 법원 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다만 조정안을 상대방인 수락하지 않을 경우엔 조정이 불성립된다. 이 경우 민사소송을 선택해 법정다툼을 벌이게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집주인이 실거주 등을 핑계로 세입자를 내보낸 후 임대료를 올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주를 이룬 가운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이유로 막무가내로 버티는 사례도 문제거리다.
실제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자 임차인이 실거주 증빙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인 갱신청구권을 요구하며 집주인의 연락을 받지 않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계약 만료 이후 임차인의 편의를 고려해 수 개월 정도 거주를 허락했다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집주인이 실거주를 못하게 된 사례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시장에 정부가 법으로 개입하면서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동안은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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