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뉴스1) 박종홍 기자 = "80년대 처음 살 때는 주택이 별장처럼 지어져 살기 좋았지만 지금은 점점 낙후하는 데다 가치도 하락했다. 아파트가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파트에서 살기 싫고 전원주택을 이대로 고치면서 살고 싶다. 사업 철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첫 후보지중 하나로 꼽힌 의왕 내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대 측 주민들은 현재 확보한 동의율에 문제가 있고 후보지 선정 철회 요청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라 사업 추진에 난관도 예상된다.
◇"처음엔 좋았지만 지금은 너무 낙후해…아파트가 낫겠다 생각"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3080+ 민간제안 통합공모 후보지 가운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로 경기 의왕 내손체육공원 남측(내손가구역)과 서울 마곡나루역 북측 등 2곳을 선정했다. 지난 2월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이후 첫 후보지다.
현재 160여 가구가 들어선 내손가구역은 대부분 마당이 있는 2층 정도의 전원주택이며 대낮에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80년대에 지어져 수리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게 찬성 측 주민들 입장이다. 정부가 발표한 해당 지역의 노후도는 97%이다.
이번 공모 제안에 참여한 50대 이모씨는 "동네 주택들은 노후도가 심해서 배관이며 담이며 벽이며 다 수선이 필요한 상태인데 고치려면 1억 넘게 써야 한다"며 "80년대에 형성된 동네라 각 주택 뿐 아니라 동네 배관이나 도로도 전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네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60대 여성 손모씨도 "처음 살 때는 주택이 별장처럼 서구적으로 지어졌고 살기 좋았지만 지금은 점점 낙후하고 있는 데다 가치도 하락했다"며 "수십년간 아파트값은 오르는데 단독은 그렇지 않아 아파트가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재개발에 반대한 손씨는 재개발을 하지 않아도 지금 같은 동네 분위기가 유지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해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인근 구역에서 개별적으로 빌라나 다가구주택을 올리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실제 구역 내 주택 곳곳에서는 '정비구역 해제시 다세대 신축예정집'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그간 '백년보존생태주택' 안내판을 걸고 개발에 반대했던 주민들도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이후 10년 넘게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던 내손 주민들이 공공직접시행을 신청한 배경에는 동의율 확보 조건이 낮은 점이 작용했다. 민간 재개발에는 주민 동의율 75%가 필요하지만 공공직접시행은 66.7%의 동의율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씨는 "지난해 주민 동의율 67%까지 확보했지만 재개발에 필요한 동의율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확보한 동의율 정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공공 직접시행으로라도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공직접시행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주민들도 있겠지만 조건이 나쁘지 않다면 많이들 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파트보다 전원주택…사업 철회 요구할 것"
반면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현재 전원주택의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주민 김학수씨(78·가명)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려는 주민들이 있는데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아서 안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김씨는 "우리 집이 이 동네에서 제일 잘 지어진 집"이라고 강조했다. 주택 곳곳을 보여주며 담벼락을 낮추는 등 수십년간 수리했던 역사를 설명하기도 했다. 지금 사는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모습이었다.
구역 내에는 재개발 지정 동의 철회서를 받는 간이 사무소도 눈에 띄었다. 사무소에서 만난 주민 도영배씨(69)는 "아파트에서 살기는 싫고 이대로 고치면서 살고 싶어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이런 전원주택이 오히려 희소성도 있고 부가가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66%의 동의율에도 문제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66%라는 동의율은 과거 민간재개발을 시행한다며 받은 것인 데다 동의서도 사본이 일부 있었다"는 것이다. 도씨는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모아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 설득을 진행하는 한편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시행자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바꾸는 작업인데 정비계획 변경을 위해서는 주민 50%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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