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남이 끝내 불발됐다. 조우조차 없었던 한일 정상간의 행보를 두고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한일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당초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COP26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COP26에 뒤늦게 합류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미국·영국·호주·베트남 정상과는 짧게나마 만나 개별 회담을 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만날 의지가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한일관계 자체를 외교 후순위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나 미일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당장 미국의 대(對) 중국 견제 정책의 핵심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공조에 외교의 방점을 찍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일 정상은 지난달 15일 첫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함께 협력해간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놓고는 예상대로 평행선을 그은 바 있다. 이번 COP26이라는 외교무대에서도 당시 기류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현재까지 내놓은 대한 메시지 등을 볼 때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의 조짐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그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이번 COP26에서 문 대통령과 짧은 만남도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한일관계의 냉기류가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지만, 일본 집권 자민당이 예상을 깨고 이번 총선에서 전체 465석 가운데 261석을 가져가며 압승을 거둔 것은 향후 기시다 총리가 대한 외교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자민당 간사장으로 직위를 옮기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의 후임으로 '지한파' 하야시 요시마사 전 문부과학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관측이다. 하야시는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 온건 성향 파벌 '고치카이'의 2인자로 평가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이겨야 확실하게 기시다 정권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지만 일단 이번 총선을 통해 첫 번째 시험대를 통과했고 (기시다 총리는) 좀 더 여유 있는 외교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한일관계가 계속해서 안 좋으면 미국이 볼 때도 좋지 않기 때문에 당초 '온건파'로 분류되던 기시다 총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야시가 외무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하야시는 특히 조선통신사교류의원회 간사"라며 "관련된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일본 내에서는 지한파가 아니면 애초에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