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기억저장하는 뇌세포가 계속 바뀐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3 14:52

수정 2021.11.03 14:52

KAIST 한진희 교수팀, 기억담당 뇌세포의 변화 최초 발견
향후 기억을 삭제하거나 치매환자 치료법 개발때 활용 가능
신경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신경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과거 경험을 다시 반복했을때 이를 기억하고 있는 뇌 신경세포(뉴런)가 아닌 다른 뉴런으로 교체돼 저장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뇌세포 사이의 연결이 계속 무너져 기억을 점차 잃어가는 치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열어줄 수 있는 중요한 잠재적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팀이 기존의 통념과 달리 첫 학습 후에 같은 학습을 반복했을 때 '같은' 기억이 전혀 다른 뇌 세포에 다시 저장되고 회상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한진희 교수는 "앞으로 기억 뉴런을 표적으로 해서 원하지 않는 기억 삭제하거나 퇴행성 뇌질환에서 기억상실 억제, 복원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 기억제어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생쥐에게 중립자극인 소리와 무조건자극인 전기 충격을 동시에 주고, 이후 소리만 들려주었을 때도 공포 반응을 일으키도록 학습시켰다. 이후 생쥐의 세포들에서 전기생리학적인 분석을 통해 뉴런간 연결부위인 시냅스 변화를 측정했다.


그결과 기존 기억 엔그램을 광유전학 기법으로 자극했을 땐 공포 반응이 나타났다. 반복 학습된 기억이 첫 번째 학습으로 형성된 신경세포 집단(기억 엔그램)을 억제하는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기존 기억 엔그램의 연결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 정보를 간직한 채 '휴면 엔그램(silent engram)'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살아있는 생쥐에게 반복적인 소리 공포를 학습시켜 뇌 신경세포가 기억하도록 실험했다. 기존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의 시냅스 변화가 줄면서 연결이 약해지고 새로운 엔그램이 만들어지면서 공포 기억을 재생한다. KAIST 제공
살아있는 생쥐에게 반복적인 소리 공포를 학습시켜 뇌 신경세포가 기억하도록 실험했다. 기존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의 시냅스 변화가 줄면서 연결이 약해지고 새로운 엔그램이 만들어지면서 공포 기억을 재생한다. KAIST 제공
또한 연구진은 반복 학습된 공포 기억이 두 번째 학습 때 활성화된 편도체 뉴런들에 새로 저장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같은 경험의 기억이 처음과 다른 세포 집단에 인코딩된다는 사실을 추가로 입증했다.

한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억은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에서 그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들은 다이내믹하게 스위칭 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조혜연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셀 프레스(Cell Press)' 그룹의 오픈 액세스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지난 10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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