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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결속이 깨졌다" 도요타의 '변심'에 일본제철 소송전[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3 15:24

수정 2021.11.03 15:24

가솔린차에서 전기차 시대로 이행 
기존 협력관계 재조정 
中철강업체 이용하자, 특허권 침해 소송 제기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 AP뉴시스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 AP뉴시스

일본제철 로고. AP뉴시스
일본제철 로고.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가솔린차에서 전기차(EV)로의 조류 변화가 수 십년 간 지속해 온 '철의 결속'을 깨뜨렸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맏형'격인 도요타와 철강업계의 '자존심' 일본제철이 2000억원대 소송전에 돌입한 것을 놓고, 일본 현지에서는 이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건이 표면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달 14일 일본제철이 주거래처인 도요타와 중국의 경쟁 철강사인 바오산 강철을 상대로, 하이브리드자동차(HV)등 전동차 모터에 사용되는 특수강재의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각각 200억엔씩, 총 400억엔대(약 42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하면서부터다. 일본제철은 문제의 특수강재를 사용하는 도요타 전기차의 제조·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일본제철이 특허침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제품은 전(全) 방향으로 강력한 자기를 띠는 '무방향성 전자강판'이다. 친환경 탈탄소 흐름에 맞춰, HV, 전기차 판매 증가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다.
일본제철은 세계 최대 철강그룹 바오우의 자회사인 바오산이 이 특허를 침해했으며, 도요타가 문제의 바오산의 제품을 수입해 전기차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와 철강업계에서는 최대 고객사인 도요타를 상대로 일본 제철이 이런 소송을 벌인 것에 대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맹우관계'로 불릴 정도로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소송을 당한 도요타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나가타 준 도요타 집행임원은 "(양사의)오랜 협력관계를 생각할 때 톱 레벨(최고경영자)에서는 한 마디 정도는 해줄 수는 있었던 것 아니냐"며 협의, 조정없이 곧바로 소송으로 들어간 일본제철 경영진에 불만을 터뜨렸다. 도요타 측은 바오산 측의 특허침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제철 측은 "몰랐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도요타 측이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전이 자동차 산업 격변기, '도요타의 배신'에 일본제철이 격렬하게 반응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수년간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값싸고 현지에서 조달이 손쉬운 바오산 철강의 제품을 대거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요타와 바오산의 관계를 일시적 거래 관계로 치부했으나,점차 반영구적인 협력관계로 굳어지자 일본제철이 참다 못해 소송을 벌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주수입원이 될 고급강재의 특허침해도 방치할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의 흐름이 급변하면서, 기존 협력관계 역시, 재조정되는 과정에 놓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한 매체는 전문가는 "가솔린차에서 전기차로 흐름이 바뀌면서, 철강제품 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계와 부품·소재업체간 이런 형태의 소송전이 속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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