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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펀드 ‘엇갈린 운명’… 러·인도 ‘웃고’ 브라질 ‘울고’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3 17:29

수정 2021.11.03 17:29

러 펀드 최근 3개월 수익률 12%
유가·천연가스 가격 상승 수혜
印 펀드도 9.9% 높은 수익 거둬
차이나 리스크 반사이익 ‘짭짤’
中 펀드, 전력난 여파로 -1%
브라질 펀드는 인플레에 -23%
브릭스펀드 ‘엇갈린 운명’… 러·인도 ‘웃고’ 브라질 ‘울고’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등의 공통점으로 신흥강국으로 묶였던 브릭스(BRICs)에 투자하는 펀드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인도 펀드는 10% 내외 수익률을 달성한 반면 악재가 겹친 중국과 브라질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며 힘을 못 쓰고 있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러시아 펀드 수익률은 12.14%, 인도 펀드 수익률은 9.92%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코스피는 3237.14포인트에서 3013.49포인트로 6.91% 하락했다.

펄펄 날고 있는 러시아 펀드는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수혜를 받았다. 지난 8월 초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71.26달러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84.05달러로 17.9%나 상승했고 천연가스 가격은 8월 초 1MMBtu 당 3.94달러에서 지난 10월 27일 6.2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및 중국 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망 붕괴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러시아 펀드 수익률 상승으로 이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연합(EU) 환경 규제 이행을 위해 주요국들이 친환경 정책 기조를 보이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왔고, 원자재 가격 등락 사이클 자체가 길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펀드는 '차이나 리스크'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헝다그룹 파산 우려, 중국 정부의 산업 규제 여파로 자금이 인도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평가다.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한몫했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6.0%에서 5.9%로 낮춰 잡았으나 인도에 대해서는 9.0%를 유지했다.

이에 두 국가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성과도 뚜렷하다. '한국투자KINDEX러시아MSCI'는 최근 3개월 간 15.90%의 수익률, '미래에셋TIGER인도레버리지'와 '키움KOSEFNIFTY50인디아'는 각각 27.98%, 13.3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과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최근 3개월 새 각각 1.03%, 22.95% 떨어졌다.

중국 펀드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높은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양호한 성과를 보였으나 산업 규제가 시작되며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지난 9월 헝다그룹 사태가 촉발되고, 이후 전력난으로 산업이 마비됐다. 최근엔 부동산세 도입까지 공식 개시됐다. 그 여파로 3개월동안 중국 관련 펀드에서 1300억원이 이탈하기도 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석탄·전력 공급 완화 정책을 실시하며 최악의 상황은 지났으나 4·4분기 그 여파가 지속되며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둔화 우려도 확대되고 있는데 부동산세 도입에 따라 시장 가격 조정 정도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짚었다.

브라질 펀드는 지역·국가별 분류에서 최하위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펀드와 마찬가지로 상반기까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강세를 나타냈지만 인플레이션 심화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6.25%에서 7.75%로 높이며 유동성을 흡수했다. 올 들어 6번째 인상이다.
이에 지난 1일 기준 보베스파 지수는 10만5550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며 8월초보다 16% 주저앉았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4분기부터 하향 조정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부각되며 브라질 증시, 국채, 헤알화 환율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중국의 부진한 경기 흐름, 글로벌 공급말 차질, 주요 수출 워자재 가격 급락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헤알화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과 이로 인한 재정 건전성 훼손이 헤알화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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