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본 자료의 내용은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집필자 개인의 견해라는 점을 밝힙니다."
한은이 발간하는 'BOK 이슈노트'의 첫 페이지 하단 말미에는 항상 이와 같은 문장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다. 문장 바로 옆에는 한은 로고가 붙는다.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아예 'BOK 이슈노트' 코너가 마련돼있다. 한은은 'BOK 이슈노트'가 발표될 때마다 기자들을 상대로 백브리핑까지 진행하는 '열성'도 보인다.
한은이 로고까지 붙여서 보고서를 만들어 정식으로 발표해놓고, 굳이 또 "집필자 개인의 견해"라며 선을 긋는 이유는 물론 있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일임한 중앙은행 한은 입장에선 소속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뿔뿔이 흩어지며 정책에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을 사전에 막아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BOK 이슈노트'가 한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총재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다른 중앙은행들도 보고서를 낼 때 개인의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든 사안마다 공식 입장을 정해야 해서 외부 발표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한은의 임직원 행동강령 역시 임직원 각자의 견해 표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임직원은 은행의 입장과 배치될 우려가 있는 견해를 제시할 경우, 그 견해가 은행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니라는 명백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명시한 임직원 행동강령 제32조 6항이 그것이다.
그러나 막상 한은이 발표하는 'BOK 이슈노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은의 공식적인 입장과 상충되거나 정치·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집값 연구다.
사상 유례가 없는 '0%대' 초(超)저금리와 맞물려 폭등한 집값으로 국민적 시선이 온통 쏠렸던 지난해와 올해, 한은이 내놓은 'BOK 이슈노트' 가운데 주택 관련 연구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2021년 7월)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인데, 이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추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므로 리스크 요인을 사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한은의 공식적인 견해와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지난해와 올해 발표된 총 47건의 'BOK 이슈노트' 가운데 주택 연구를 백분율로 따져보면 2%에 불과한 수준이다. 집값 연구에 대한 한은 임직원들의 관심 역시 단 2%에 그쳤을까.
이는 그야말로 '날것'의 개인 의견이 실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탓이다. 'BOK 이슈노트'는 기본적으로는 국장의 결재를, 중요하다고 판단된 보고서는 임원인 부총재보의 손을 거친다고 한다.
임원까지 올라가는 보고서에 과연 어떤 간큰 직원이 자신의 개인적 의견을 충실히 밝힐 수 있을까. 자칫 한은의 공식 견해와 배치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간 결재 라인을 순차적으로 타고 올라가며 '쭉정이'로 찍히기 십상일듯 하다.
그 덕분(?)인지 'BOK 이슈노트'로 인해 논란이 불거질 소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만약 논란이 인다면 어떨까. 한은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일 뿐"이라며 발뺌할 것인가. 높게는 임원 손까지 거치는 이 보고서를 두고서 말이다. 실상이 그렇다면 참 비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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