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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은화 작곡가 "신격호 진혼곡,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뉴시스

입력 2021.11.04 10:00

수정 2021.11.04 10:00

기사내용 요약
'아호 주제에 의한 파사칼리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초연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1.11.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은화 작곡가(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2021.11.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연주가 될 롯데콘서트홀의 공간과 음향적 특징을 작품의 한 요소로 고려했습니다. 작품이 진행함에 따라 악기군 및 악기군 간의 조합, 음악적 요소들이 담당하는 역할, 화성 등을 기준으로 여러 겹의 소리의 층을 만들어 관객의 위치에 따라 작품이 조금씩 달리 들릴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교수인 세계적인 작곡가 조은화 교수가 1년 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지난해 롯데문화재단의 클래식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으로 인연을 맺은 계기로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을 모티브로 한 곡을 위촉받아 선보이기 위해서다.

그는 이번 작품의 작곡에서 자신의 현재 최대 관심사인 '소리가 공간에서 어떻게 흐르는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이같이 보였다.

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신격호 진혼곡인 '아호 주제에 의한 파사칼리아'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됐다.


작곡가 조은화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외에도 2008년 부조니 작곡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대한민국 작곡대상을 받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진 한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작곡가다.

이날 공연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서면으로 만난 조은화는 이번 작곡이 "새로운 도전이고 모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조은화는 "기존의 작품은 저의 음악적 의도에 따라 소리와 구조 등 모든 구성 요소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작품은 이렇게 음악 외적인 기준이 먼저 마련됐고, 그 기준에 의해 작품에 사용될 재료들이 결정됐다. 이렇게 미리 결정된 요소들을 어떻게 음악적, 유기적으로 끌고 나갈 것인가가 제게는 적지 않은 숙제였지만 새로운 도전이고 모험이기도 했다"고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지니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작곡 노트에 따르면 예로부터 사람들은 음악 작품을 통해 특별한 의도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적으로는 시나 텍스트를 음악에 붙여 사용하기도 했고, 간접적으로는 음악적 상징을 널리 사용했다. 바흐는 자신의 이름을 4개의 음, B-A-C-H를 모티브로 해 자신의 작품에 사용했다.

조은화 역시 이번 작품에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를 상징하는 여섯 음을 따서 기본음을 구성했다.
조은화는 "모든 음 소재를 음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변주곡 형식을 도입했고, 그래서 파사칼리아(원형이 있고 변주 가능한 곡)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은화 작곡가는 최근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국의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두각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자신의 주관을 밝히기도 했다.


"콩쿠르라는 형식 자체가 음악의 본질과는 달라요. 예술이 경쟁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어요. 콩쿠르 입상이 음악가의 성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지요. 외적인 조건을 떠나서 음악을 제대로 하려는 친구들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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