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걷기 좋은 여행지 경남 밀양
8경중 하나인'위양못' 둘레 1.5㎞로 아담
가볍게 돌다보면 근심걱정이 싹~
밀양강 어우러진 '영남루'는 야경으로 유명
인증샷 찍고 싶다면 산외면 해바라기 단지 추천
【밀양(경남)=조용철 기자】 영남루가 보이는 밀양강에 가을 노을이 지면서 보석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늘은 붉은색과 노란색 물감으로 수채화를 그린 듯하다.
8경중 하나인'위양못' 둘레 1.5㎞로 아담
가볍게 돌다보면 근심걱정이 싹~
밀양강 어우러진 '영남루'는 야경으로 유명
인증샷 찍고 싶다면 산외면 해바라기 단지 추천
유유히 흐르는 밀양강은 해질녘 노을빛을 그대로 담아 붉고 노란빛을 띈 강물이 된다.
영남루는 야경이 아름다워 '밀양 8경' 중 하나로 꼽히지만 밀양강과 어우러지면서 가을 하늘이 빚어내는 노을 또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경남 북동부에 위치한 밀양은 심산계곡이 많아 천연생수가 풍부하고 높은 산 깊은 골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산야를 휘돌아 밀양강을 이루면서 뛰어난 절경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곳곳에 품고 있다
■밀양 산외면 해바라기 단지
화창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 가을이 찾아왔다.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4만9500㎡(약 1만5000평)의 노란색 해바라기 물결이 장관을 이뤄 가을 나들이객의 시선을 끄는 산외면 해바라기 단지를 찾았다. 밀양의 떠오르는 명소 중 꽃 하면 빠질 수 없는 명소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를 빠져나오면 산외면 기회송림에서 5분도 걸리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연인 또는 가족끼리 편안한 산책길을 따라 원없이 해바라기를 구경할 수 있는 해바라기 단지는 밀양강 정비사업으로 방치된 하천 부지를 활용해 지난 2018년부터 산외면 행정복지센터와 주민들이 꽃단지를 조성했다. 꽃단지 조성 이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축제도 열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최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경은 자유다.
대규모 하천 부지에 조성돼 있어 1단지, 2단지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어느 곳을 이용하든 해바라기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관람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 2단지 입구에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기회송림 소나무와 어우러진 해바라기 꽃의 노란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2단지를 거쳐 1단지로 들어서면 주차장과 포토존이 보인다.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주차장 앞에서 코스모스를 구경 해도 된다. 바람개비, 다양한 조형물을 배경으로 추억 사진을 남기는데 무리가 없다. 해바라기 단지를 걷다 보면 눈길을 끄는 포토존이 제법 많다. 그중 나비의자와 '사랑해요♡' 조형물은 노란색의 해바라기 꽃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평온을 가져다주는 호젓한 고요, 위양못
밀양 팔경 중 하니인 위양못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원래는 양량지(陽良池)였다. 하지만 백성을 위한다는 뜻을 붙여 위양지(位良池)로 바뀌었다. 최근엔 물이 괴어 있는 곳을 뜻하는 한글인 '못'을 붙여 위양못으로 불린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든 저수지는 곳곳에 흔하지만 위양지는 역사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저수지 둘레를 따라 웅장한 기둥을 자랑하는 이팝나무 군락이 사계절 내내 멋스런 풍광을 자랑한다. 위양못 가운데엔 안동 권씨 집안의 정자인 완재정이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위양못은 둘레가 1.5㎞ 남짓한 아담한 저수지인데도 이야기거리가 넘쳐난다. 저수지 기능과 함께 연못의 경승(景勝)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위양못은 고대 중국의 연못 조경기법인 삼신산의 봉래, 방장, 영주 등 세 섬에다 두 개의 섬을 더해 총 5개의 섬이 여행객을 맞는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 돌아온 안동권문의 학산 선생이 여기에 터를 잡고 지내면서 위양못에 지극한 사랑을 쏟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도 학산 선생의 후손들이 위양못을 관리하고 있다.
다섯 개의 섬 가운데 한 곳을 보면 학산 선생의 후손들이 1900년께 지은 수더분한 모습의 완재정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위양못은 5월에 흐드러지게 피는 이팝나무 꽃이 일품이지만 느티나무, 왕버들 그리고 못둑에 늘어선 노송들이 사시사철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을 정겹게 반겨준다. 잔잔한 호수속에는 물고기가 많은지 오리들이 헤엄치다 때때로 자맥질하는 풍경이 평화롭다. 천천히 위양못을 한바퀴 걷다보면 오만가지 잡념이 사라진 것처럼 마음이 맑아진다.
■강바람 맞으며 쉬어가는 영남루
밀양 남천강 옆 아동산에 위치한 영남루는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힌다. 동서 5간, 남북 4간의 팔작지붕에 좌우로 2개의 딸린 누각을 거느린 거대한 2층 누각은 신라의 5대 명사(名寺) 중 하나였던 영남사의 부속건물인 소루였다. 하지만 영남사가 폐사되고 난 뒤 고려 공민왕 때 그전부터 있던 누각을 철거하고 규모를 크게 조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남루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루에는 당대 명필가들이 쓴 여러 개의 편액이 걸려 있다. 그 중에서도 7세에 이현석이 썼다는 '영남루(嶺南樓)'와 10세에 이증석이 썼다는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의 경우 필체를 통해 호방한 기질을 엿보게 만든다.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영남루 바로 아래 밀양강 줄기를 따라 오전 오후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긴다. 영남루에 올라 강바람을 맞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멀리 기차가 철교를 지날 때면 옛 선비들과는 또 다른 정취에 빠져든다. 보물로 지정되면서 오후 6시면 입장할 수 없지만 누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멋스러운 야경이 대신한다.
해발 674m의 만어산 8부 능선, 다소 높은 지대에 있는 만어사(萬魚寺)를 찾았다. 아득하게 멀리 보이는 밀양시 삼랑진 마을과 낙동강의 젖줄 밀양강이 흘러가는 모습이 어우러진 풍경은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만어사는 만어사만의 두 가지 신비를 가지고 있는 사찰로 유명하다. 그중 하나는 밀양의 3대 신비 중의 하나로 잘 알려진 종소리 나는 경석(磬石·편경 등 악기 재료로 쓰이는 돌)이다. 수많은 경석이 마치 강물처럼 쏟아져 흐르는 모습이 괴이할 정도로 놀랍다. 전설에 따르면 동해 용왕의 아들을 따르던 물고기떼가 굳어 돌이 되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작은 돌을 하나 주워 경석을 두드리면 이게 바위에서 나는 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청아한 종소리가 들린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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