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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노 재팬' 골프장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4 18:36

수정 2021.11.04 18:36

지난 9월 '쪽바리차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뉴스1
지난 9월 '쪽바리차는 양보하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뉴스1
지난해 우리나라 재외공관에서 구입한 외제차 3대 중 1대가 일본차였다고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재외공관에서 구입한 외제차는 2019년 14대, 2020년 15대였는 데 이 중 일본차 비중이 2019년 14.3%에서 2020년 33.3%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은 지난달 28일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한국 내 일본차 매출이 급증했다고 전하면서 "재외공관장도 일본차를 애용하고 있다. '노 재팬'(일제 불매운동)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차 브랜드별 누적판매대수는 렉서스 7472대, 혼다 3045대, 도요타 4811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9.9%, 47.3%, 12.7% 늘었다.

2019년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비롯된 노 재팬은 일본제품에 큰 타격을 줬다. 인천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행사'에서 렉서스 승용차를 부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일부 운전자 사이에서 일본 브랜드 차량의 끼어들기 불허, 교통위반 신고하기가 성행했다. 따가운 시선에 일본차를 처분하는 운전자도 생겨났다.

또 판매대수가 뚝 떨어진 닛산자동차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잘 나가던 일본 화장품기업 DHC와 슈에무라가 한국에서 사업을 접었고,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 GU도 떠났다. 그러나 불매운동 2년이 지난 요즘 대형마트 진열대에 일본 맥주가 슬그머니 등장했다. 매장을 50개나 줄인 유니클로는 오히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전북 김제 아네스빌골프장이 내년부터 일본차의 골프장 출입을 전면금지한다고 밝혔다. 골프장 측은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개인 기업의 의지"라고 이유를 밝혔다.
앞으로 일본차는 골프장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고, 골프백을 내려주지도 않는다고 공지했다.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응원이 빗발치지만, 글로벌 시대에 어긋나는 '수구꼴통'이라는 볼멘소리도 만만찮다.
식었던 노 재팬 열기가 다시 타오르는 계기가 될지 지켜 볼 일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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