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김경민의 적시타]'5년→6개월' 짧아진 메모리 다운사이클, 삼성전자가 설명하는 3가지 이유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5 16:48

수정 2022.01.15 16:48

응용처 확대, 공정 난이도 상승, 수요예측 능력 강화
슈퍼사이클 공식도 이젠 옛말
생각보다 짧은 메모리시장의 겨울
하반기 다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제조사 우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5~7년마다 반복되던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메모리를 기본 탑재하는 제품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데다 칩 미세 공정 기술의 어려움, 칩 제조사들의 공급조절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슈퍼사이클 공식도 이젠 옛말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과거의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대체로 5∼7년 주기로 돌아와 2년간 지속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PC 수요가 급증한 1990년대 중반을 시작으로,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활발해져 서버 투자가 집중된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된 2010년대 초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돼 역사상 최대 호황기를 맞았던 2017~2018년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역대 최단 기간이자 과거의 절반인 약 1년으로 막을 내렸다. 또 다음 슈퍼사이클은 6~7개월 뒤인 올해 하반기께로 전망되는 등 그동안 메모리 사이클의 관성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사이클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응용처 확대 △공정 난이도 상승 △수요예측 능력 강화 등 3가지 이유를 들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과거에는 메모리 수요 대부분이 PC에 한정됐으나 지금은 메모리 응용처가 아주 다양해졌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변동폭이 줄어드는 현상이 메모리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세계 D램 응용처는 모바일과 서버가 각각 40%, 30% 가량으로 가장 많고 이어 PC가 20% 정도, 소비자용이 5% 남짓이다. 최대 응용처였던 PC가 세번째로 밀려나면서 사이클의 폭과 주기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메모리 기술 공정의 미세화로 공급이 조절되는 것도 주 요인이다.

한 부사장은 "공정 난이도가 상승하면 과거같은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며 "공급부족(쇼티지)이 전망된다는 상황에서도 실제 생산을 늘리는 데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미국) 등 메모리 시장을 장악한 3사의 발전된 수요 예측 능력도 주기를 좁혔다. 한 부사장은 "과거 메모리 업체들은 극심한 쇼티지와 오버서플라이(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학습을 했다"면서 "이를 통해 공급망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김경민의 적시타]'5년→6개월' 짧아진 메모리 다운사이클, 삼성전자가 설명하는 3가지 이유
생각보다 짧은 겨울, 하반기에 다시 '갑' 된다

한 부사장은 그러면서 2년이었던 2018년 이후의 다운사이클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보다 메모리 사이클의 주기나 변동폭이 줄었고, 재고도 낮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슈퍼사이클이 급하게 막을 내린 것은 다른 부품들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완제품 출시가 늦어졌고, 세트업체가 보유한 메모리를 소진시키 못해 재고가 쌓였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따라 공급망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는 올 하반기에 다시 메모리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PC 고객사의 재고는 10~14주 정도로 평소의 2~3배 이상이지만 다운사이클 국면에서도 서버 고객사의 주문 강도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버 고객사는 안전 재고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인 D램 조달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며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 등이 지속적으로 서버를 발주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전체 시황에 따라 칩 제조 3사가 생산량을 축소 대응할 것"이라며 "하반기 D램 가격 협상 주도권이 제조사로 다시 전환되면서 D램 가격 하락률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