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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오베제 마법사' 마쩨이가 펼치는 클론 블렌딩의 환상적 향연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8 17:15

수정 2021.11.09 04:37

'산지오베제 마법사' 마쩨이가 펼치는 클론 블렌딩의 환상적 향연


'산지오베제 마법사' 마쩨이가 펼치는 클론 블렌딩의 환상적 향연


[파이낸셜뉴스] 산지오베제, 끼안띠, 토마스 제퍼슨, 1435년, 토스카나 와인 명가.

벌써 이 와이너리의 와인을 좋아하는 분은 금방 알아차렸을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와인명가 마쩨이(Mazzei)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입니다.

마쩨이는 1435년 세르 라포 마쩨이(Ser Lap Mazzei)가 와이너리를 연 후 25대에 걸쳐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티 클라시코에서 와이너리를 경영해오고 있는 와인 명가입니다. 특히 1700년대 필리프 마쩨이(Philip Mazzei)는 산지오베제(Sangiovese) 포도 품종을 미국에 최초로 소개하고 끼안티(Chianti)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또 미국의 3대 대통령이 된 토마스 제퍼슨과 친구로 지내며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들어간 '모든 인간은 동등하며 자유롭다'라는 문구에 영감을 준 인물입니다.

마쩨이는 이런 역사적 배경도 훌륭하지만 뛰어난 품질로 인정받는 와이너리로도 유명합니다.
감베로로쏘 3글라스를 34회나 받았으며 로버트 파커로부터 와인평가 점수 90~96점을 99회,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평가점수 90~95점을 99회나 받은 것만 봐도 마쩨이 와인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쩨이는 현재 끼안티 클라시코의 카스텔로 디 폰테루톨리(Castello di Fonterutoli), 마렘마의 벨구아르도(Belgvardo), 베네토의 빌라 마르첼로(Villa Marcello), 시칠리아의 찌솔라(Zisola) 등 이탈리아 곳곳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산지오베제 마법사' 마쩨이가 펼치는 클론 블렌딩의 환상적 향연


지난 10월 말 서울 서초동과 마쩨이 와이너리를 줌(Zoom)으로 연결하는 화상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마쩨이 와이너리에서는 25대 자손으로 마쩨이에서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지오반니 마쩨이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서울에서는 와인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마쩨이에서 생산하는 2018 빈티지의 6가지 와인들이 서브됐습니다.

지오반니는 "마쩨이는 각각의 기후와 토질을 정확하게 분석한 후 클론 별로 구획을 아주 잘게 쪼개 포도밭을 관리하고 있다"며 "74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서 재배지 구획별 특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112번 분리발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선보인 2018 빈티지 마쩨이 와인은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DOCG(Fonterutoli Chianti Classico DOCG), 세르 라포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DOCG(Ser Lap Chianti Classico DOCG), 바디올라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Badiola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DOCG), 까스텔로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 (Castello Fonterutoli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비꼬레지오 36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Vicoregio 36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DOCG), 일 카지오 입수스 2015(Il Caggio Ipsus 2015) 등 6종입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시계방향 순서대로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DOCG(Fonterutoli Chianti Classico DOCG), 세르 라포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DOCG(Ser Lap Chianti Classico DOCG), 바디올라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Badiola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DOCG), 까스텔로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 (Castello Fonterutoli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시계방향 순서대로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DOCG(Fonterutoli Chianti Classico DOCG), 세르 라포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DOCG(Ser Lap Chianti Classico DOCG), 바디올라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Badiola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DOCG), 까스텔로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 (Castello Fonterutoli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비꼬레지오 36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Vicoregio 36 Chianti Classico Gran Selezione DOCG), 일 카지오 입수스 2015(Il Caggio Ipsus 2015) 와인입니다.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등급은 2014년부터 새로 신설된 등급으로 100% 자기 밭에서 난 산지오베제 포도만을 사용해야 하며 병숙성 3개월을 포함해 총 30개월을 숙성한 이후에 출시할 수 있습니다. 리제르바급이 24개월 숙성하는 것에 비해 6개월을 더 숙성하므로 보다 고급 와인입니다.

마쩨이 와인은 산지오베제를 주요 품종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빛깔이 루비색을 띱니다. 잔을 스월링해보면 특유의 산지오베제 향, 감칠맛이 나는 그 향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상위 등급인 그랑 셀레지오네에서는 가죽, 담배, 초콜릿 향 등 3차 향이 확실히 강합니다. 토스카나 2018 빈티지 와인은 아주 엘리강스 한 좋은 향이 있습니다.

잔에 따라진 후 30분이 지난 시점부터 마셔본 각 와인의 느낌을 적습니다.

'산지오베제 마법사' 마쩨이가 펼치는 클론 블렌딩의 환상적 향연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DOCG
잔에 서빙된 와인에서는 붉은 색 계열의 아로마와 새콤한 향이 주를 이룹니다. 입에 넣어보면 산지오베제 특유의 감칠맛이 아주 좋습니다. 산도도 중상에서 상 정도로 기분좋은 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질감은 아주 가볍고 타닌도 적은 전형적인 끼안티 와인입니다. 산지오베제 90%, 말바지아(Malvasia) 5%, 콜로리노(colorino) 5%의 블렌딩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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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 라포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DOCG
루비빛에 보랏빛이 섞인 약간 불투명한 모양을 보입니다. 메를로가 10% 정도 섞여서 그런지 잔에서도 붉은 색 계열의 과일향이 기반을 이루고 있으며 약간의 달치근한 향도 있습니다. 입에 넣어보면 주로 내추럴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두엄 향 비슷한 오거닉 느낌이 있습니다. 산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타닌도 두꺼워지며 효모의 느낌이 갈수록 좋습니다. 산지오베제 90%, 메를로(Merlo) 10% 블렌딩입니다.

'산지오베제 마법사' 마쩨이가 펼치는 클론 블렌딩의 환상적 향연


■바디올라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
이제부터는 상위등급 와인입니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루비빛깔이지만 색이 조금 더 짙습니다. 잔을 가까이 했는데 아무런 향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공기 접촉을 오래해야 깨어나는 와인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검은색 계열의 과일향이 섞인 좀 무거운 느낌의 향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강하지는 않고 위로 솟기보다는 아래를 떠도는 듯한 그런 스모키한 느낌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의외로 질감도 중간 이하로 가벼우며 타닌도 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산도는 아주 좋습니다. 코코아, 감초 향도 섞여 있지만 장미 향이 더 두드러질 정도로 반전을 주는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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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스텔로 폰테루톨리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
카스텔로 폰테루톨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와인입니다. 폰테루톨리 포도원에서 특별한 11개 구역에서 생산한 포도로만 만듭니다. 루비빛을 띠는 와인 잔에서는 독특한 효모향이 올라옵니다. 내추럴 느낌의 효모향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향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질감이 확실히 두껍습니다. 아로마도 그동안 맡던 것보다 좀 더 진하고 어두운 느낌입니다. 감초향인 듯 달치근한 맛도 나는데 아로마가 진해서 그런 것인지 약간 과숙된 느낌도 있습니다. 그랑 셀레지오네 와인들은 클래식 정장을 차려입은 듯 확실히 발랄함은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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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꼬레지오 36 끼안티 클라시코 그랑 셀레지오네 DOCG
50년이 넘는 산지오베제 클론 연구끝에 만들어낸 폰테루톨리 와이너리의 작품입니다. 잔을 스월링해보면 그랑 셀레지오네 답지 않게 발랄한 향이 이례적입니다. 붉은 색 과실과 검은 색 과실이 섞인 느낌의 아로마에 젖은 낙엽향, 삼나무 향 등이 섞여 있습니다. 잔을 기울여보면 질감이 무겁다기보다는 가벼운쪽에 가깝고 타닌도 중간 정도입니다. 끼안티 리제르바 같은 느낌을 줍니다. 입에서 와인이 사라지고 나면 초콜릿 향, 커피 향, 시가박스 향도 비강을 통해 올라옵니다.

'산지오베제 마법사' 마쩨이가 펼치는 클론 블렌딩의 환상적 향연


■일 카지오 입수스
마쩨이의 최고급 와인입니다. 이날 나온 2015 빈티지는 루비빛을 띠며 림에서도 6년의 시간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잔을 가까이 하면 과실 졸인 듯한 카시스 향이 아주 일품입니다. 좋은 와인에서 나는 특유의 고급스런 향입니다. 감칠맛이 나는 향에 삼나무, 젖은 낙엽 향도 살짝 스쳐갑니다. 잔을 기울이면 붉은 계열의 아로마에 약간의 연유 향도 느껴집니다. 산도는 중간에서 중상 정도로 기분 좋은 산미를 주며 질감이 중간 정도입니다.
입속에서 사라지면 초콜릿 향과 시가박스 향도 느껴집니다. 산지오베제 단일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데 아주 고급스런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 경험적으로 훅 스쳐갑니다.
독특한 와인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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