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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中 요소 통제, 속내 의심 안받으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9 18:00

수정 2021.11.09 18:00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차이나 톡] 中 요소 통제, 속내 의심 안받으려면
중국 특파원이기 때문에 중국 기사를 쓴다. 베이징에 있으면서 유럽이나 러시아 소식을 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그래도 싫은 모양이다. 자꾸 중국 관련 글만 올린다고 질타를 한다. 괜찮다.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좀 더 양질의 기사를 다루면 될 것이라고 반성한다. e메일까지 보내오는 정성에 오히려 고맙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중국 기사를 쓴다는 타박이 별로 없다. 대신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더 많다. 한국 내에서 대란으로 불리는 요소수 때문이다. 수입 다변화를 하지 않고 중국에 너무 의존했다고 혼을 낸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때 기업들과 함께 수입 대체선 확보 등으로 발 빠르게 대응한 것과도 비교되며 안일한 태도를 질책했다. 정부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역시 수용하고 개선해야 한다. 명백히 옳은 지적이다.

잠시나마 한국 네티즌들의 비판에서 벗어난 중국은 어떨까. 이미 알려진 대로 한국의 요소수 파동은 중국의 요소 수출금지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15일 중국은 자국 내 밀 비료 수요 확보를 위해 비료와 요소의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다. 한국 요소의 97%는 중국에서 나온다. 원재료 수입이 막혔으니, 당연히 요소수를 생산할 수 없다.

중국 석탄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요소수는 석탄에서 추출한 암모니아로도 만든다. 석탄이 없어 가로등까지 꺼놓은 상황에서 파생제품까지 기대하긴 힘들다. 여기다 전력난은 요소 공장도 멈추게 했다. 그러던 중국 정부가 지난 7일 "석탄 공급이 뚜렷이 증가하면서 전력 공급이 정상을 되찾았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일일 석탄 생산량도 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덕분인지, 중국 내 요소 가격도 5%가량 급락했다. 요소 35%가 들어가는 화학비료 투입시기도 11월 끝난다고 관영 매체는 보도했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 통제 이유로 제시했던 부분들은 사실상 모두 해소가 된 셈이다. 중국 입장에선 반중 정서가 더 커지지 전에 정상화를 이뤄 다행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수출 통제를 풀어야 할 시기도 됐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약속처럼 한국의 대란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 '중국 차원의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만약 현 시점에서도 요소 공급을 틀어막고 있으면 속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중 공급망 경쟁에서 한국의 선택을 압박할 카드로 이용했든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주민 불만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난 해소를 거짓으로 발표했든지 둘 중 하나다. 물론 수입 다변화 등 한국 정부의 후속 조치는 별개다.
알루미늄·마그네슘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다른 원자재의 '제2 요소수' 사태는 언제든지 또 벌어질 수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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