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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은둔형 외톨이, 통계도 안전망도 없다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10만∼100만명 추산 제각각
사회적 비용 갈수록 느는데 법적 정의 없어 완전 사각지대
수십만 은둔형 외톨이, 통계도 안전망도 없다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그들은 어디에도 없다. 외톨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모른다.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이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다.

2005년 정부는 은둔형 외톨이를 30만명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등 경제 악화로 은둔 현상은 더 심화됐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배제되며 외톨이들은 방문을 걸어 잠갔다.

아직 법의 테두리에선 그들을 무어라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이거 왜 취재하는 거예요?" 몇몇은 언론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잔혹한 가족범죄를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범죄로 일반화한 기사들이 많았다.

'부모와 싸운 뒤 화해하는 장면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달라'고 요구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계속 사라지는 우리 주변의 외톨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6월부터 취재한 결과를 총 14화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20일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 리커버리센터 주관으로 열린 은둔형 외톨이 미술 전시전에 참가한 청년들이 각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지난 10월 20일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 리커버리센터 주관으로 열린 은둔형 외톨이 미술 전시전에 참가한 청년들이 각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숫자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제도적인 지원과 관리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통계가 없으니 대책 마련도 없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법적 정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보다 앞서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경우 2019년 기준 40~64세의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만 61만명으로 조사됐다. 제도적인 지원과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 '100만명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내각부가 5년 단위로 발표하는 '청년 생활에 관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70만명에 이르렀던 15~39세 청년 은둔형 외톨이는 정부 차원의 대응 이후 54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9년 내각부가 40~64세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숫자를 다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숫자만 총 61만명으로 청년 은둔형 외톨이 숫자(54만명)를 넘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의 은둔형 외톨이 숫자는 현재 최소 100만명을 넘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잠재적 위험군을 포함해 약 21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등 민간 기관은 30만~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가 10만명부터 100만명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를 독립된 질병으로 분류할 것인지 다른 정실질환의 증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병이 아닌 사회현상으로 볼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청년 한 명이 만 25세부터 65세까지 납세를 하지 않고 사회보장을 받을 경우 1인당 1억5000만엔(약 15억8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이 추산한 국내 은둔형 외톨이 숫자 37만명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면 약 585조원에 달한다.

수십만 은둔형 외톨이, 통계도 안전망도 없다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수십만 은둔형 외톨이, 통계도 안전망도 없다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난, 살기 위해 나를 가뒀다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통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
우울증에, 입시 억압에, 친구 괴롭힘에 힘들 땐 벽장 속에 숨어 몇 시간씩 보내
작년 청년 37만4156명이 '히키코모리'
아이도, 부모도 함께 쓰러져 간다
아이는 도망치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고
부모는 다른 친척, 가족에 말도 못하고
정부·지자체 법제화는 수년간 매번 실패
"저는 도망쳐도 진 게 아니라 살아 남은 거라고 생각해요. 방 속에 틀어박히거나, 학교를 자퇴해도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으니까. 도망치지 않았으면 사는 것도 어려웠을 거예요."
지난 6월 23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올해 스무살인 윤진주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에 실명을 써도 괜찮은지 묻자 "혼자 있는 동안 깨달았는데 제가 괜찮아지면 제 상황을 많이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모르면 아무것도 안 변하니까"라고 말했다.

윤씨는 17세부터 19세까지 방 속에 틀어박히는 은둔 생활을 3차례나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울증을 진단받고, 힘들 땐 벽장 속에 숨어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입시를 강요하는 억압적인 분위기, 반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2학년 때 자퇴를 했다. 윤씨가 자퇴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친구들은 그 사실조차 몰랐다. 윤씨는 정신과 치료, 상담센터, 대안학교(해밀학교)를 다니며 천천히 회복했다.

"엄마·아빠가 있으면 방을 못 나왔어요. 그때는 엄마·아빠가 거실에 남긴 흔적조차 무서웠어요. 다른 사람이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고 뒷말을 하는 것 같아 모두가 역겨웠어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유리를 긁는 듯한 환청으로 들리고, 창문을 보면 뛰어내릴까, 날카로운 걸 보면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인터뷰를 하고 4개월여 지난 11월 2일. 윤씨는 "직업학교를 다니며 컴퓨터 그래픽스, 웹디자인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파이낸셜뉴스에 전해왔다.

■통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만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평소 외출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4%(112명)가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국내 은둔청년 규모를 지난해 기준 37만4156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청년 1100만4611명 가운데 3.4% 정도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2018년 건강보험공단은 잠재적 위험군을 포함해 약 21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차원에서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도, 개념도,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앞서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일본의 경우 '취학, 취직을 하지 않고 친구 및 동료들과의 교류 등 사회적 참여를 전혀 하지 않고 집에서 6개월 이상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정의하고 있다.

■아이도 부모도 함께 쓰러져 간다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들의 소우주로 숨어들어가는 동안 가족의 고통도 커진다. 지난 6월 서울 홍대인근, 은둔형 외톨이 부모 모임에서 만난 10여명의 부모들은 "아이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친척, 가족들에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씨의 자녀는 성적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본인을 '인간 말종'이라 여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최씨는 "아이가 성적이 떨어진 뒤로 방문을 나오지 않은 지 4개월이 지났다"며 "지난해까지는 가족끼리 대화도 많았는데, 올해부터 대화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아이가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4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요새는 '노동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학원을 다니지도 않고 주식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부모 모임을 만든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장은 "부모 모임에 용기를 내서 찾아온 사람들이지만 자신들을 여전히 부끄러운 부모로 생각해 자꾸 숨고 피하려 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법제화의 길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법제화 움직임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김미경 전 서울시의원(현 은평구청장)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를 지난 2017년 후반에 발의했으나 회기 만료로 자동부결됐다. 2018년에는 권미혁 전 의원이 국회 차원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했다. 2019년 10월에는 윤일규 전 의원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 회기 종료로 모두 폐기됐다.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를 정의할 때 '청소년'으로 한정해 정의하면 중장년층이 소외될 수 있다"며 "또 은둔 생활의 결과 중 하나인 '정신질환'만을 은둔형 외톨이로 정의할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사회적 담론 수준에서 제도적 영역으로 처음 성공한 사례는 광주광역시다. 신수정 광주시의원은 2019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한국식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의가 이뤄졌고,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광주시는 2만여가구를 표본 조사한 결과 총 349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냈다. 광주시에 이어 부산시와 제주시도 올해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이르면 올해 말 은둔형 청년 지원조례가 제정될 전망이다.

오상빈 광주광역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이 상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인터뷰 하고 있다. 그는 '가정 방문 상담'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의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환주 기자
오상빈 광주광역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이 상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인터뷰 하고 있다. 그는 '가정 방문 상담'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의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환주 기자


문 밖에 안나오는 친구들, 그들의 자립을 원한다면 가정방문상담 제도화해야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인터뷰] 은둔형 외톨이 공론화 주역 오상빈 광주 청소년상담센터장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가정방문 상담'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문 밖을 나오지 않는 친구들인데, 이들에게 먼저 찾아가 문 밖에 나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오상빈 광주광역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사진)은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이라는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가정방문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가장 가까운 부모와도 대화가 단절된 채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부모의 무관심 등 여러 요인으로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이들에게 전문 상담가가 여러 차례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상담 전문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7년부터 찾아가는 청소년 상담을 진행했다. 청소년 상담을 진행하던 중 은둔형 청소년·청년들에 관심이 생겨 현재까지 100회 이상 은둔형 외톨이 가정방문 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광주시 의원이던 신수정 의원을 찾아가 은둔형 외톨이 논문과 자료 등을 전달하며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후 광주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19년 10월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고 다음해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오 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 개념 정의→관련 법 제정→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정부, 지자체, 민간의 맞춤형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 대책 마련에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은둔형 외톨이 연관사업의 경우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에 흩어져 있는데 이를 통일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을 쓸 경우 지자체마다 자금 여력이 달라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내려보내는 일관된 시스템도 필요하다.

오 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들은 장애와 비장애, 상담과 복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데 단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은둔형 외톨이를 '청년'으로 규정할 경우 40~50대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는 빠지게 되고, 단순히 '정신병'으로 취급하면 많은 사람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국회에서의 법률 제도적 정비와 함께 당사자와 부모, 민간 지원·활동단체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모임, 부모 모임, K2와 같은 민간 센터 등 삼각구도로 잘 운영이 돼야 한다"며 "언론 역시 은둔형 외톨이의 사례를 과장하거나 범죄자 등으로 일반화하는 관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