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탄산음료 코너 첫째줄엔 늘 콜라가… ‘대형마트 디스플레이의 비밀’ [대형마트 진열의 과학]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0 17:31

수정 2021.11.10 17:32

‘매출이 왔다갔다’ 진열도 전략
홈플러스 디스플레이팀 구성
고객 결제 시스템 데이터 분석
소비자 쇼핑내역·습관 파악
상품 판매진열에 직접 적용 
각 코너 첫 번째 진열대에는 멀리 있어도 금방 눈에 띄도록 가장 대표적인 카테고리 배치
입구엔 신선한 과일·채소 코너
새 상품에 대한 기대감 심어줘
왜 ‘골든존’에 먼저 눈길이 갈까 
골든존 높이는 100~160cm
20~40대 여성 평균키에서 시선 닿는 15도 아래로 설정
판매 1위·PB 상품 주로 진열
대형마트에 가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 코너를 먼저 만날 수 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과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고객들이 홈플러스 과일 코너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대형마트에 가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 코너를 먼저 만날 수 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과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고객들이 홈플러스 과일 코너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A씨는 주말 오전 가족들과 홈플러스 원천점에서 장을 봤다. 마트 입구에서 카트를 꺼내 과일과 샐러드 재료를 담고 매장 가장 안쪽 축산코너에서 저녁에 먹을 삼겹살도 카트에 넣었다. 계산대로 이동하면서 새로 나온 바디로션도 눈에 띄어 담았다. 쇼핑을 마친 후에는 계산대를 눈으로 훑어보고 대기줄이 가장 짧은 곳에 줄을 섰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다섯 살 배기 아들이 계산대 앞 진열대에 놓인 초콜릿을 집어 카트에 슬며시 넣었다.

이달 들어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맞춰 온라인으로 장을 보던 소비자들이 다시 대형마트를 찾고 있다. 대형마트는 모처럼 북적이는 매장을 기대하며 신선하고 새로운 제품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진열은 곧 매출'

마트에서 진열은 곧 매출과 연결된다. 같은 제품이라도 진열 위치에 따라 매출이 4배까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서는 진열, 판매기법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0여명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팀'을 두고 진열방식과 판매기법을 연구, 개발한다. 디스플레이팀은 최적의 진열을 위해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 키는 물론 실제 구매 패턴, 고객의 시선이 이동하는 방향까지 분석한다.

홈플러스 상품 진열의 핵심은 'CDT기법'이다. 'CDT'는 'Customer Decision Tree'의 약자로, 고객이 구매하는 상품의 연관성을 진열에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고객이 최근 1~2년 동안 어떤 상품을 구매했고, 함께 구입한 상품은 무엇인지, 구매 이후에는 어떤 물건을 샀는지 결제시스템(POS)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런 다음 구매 상품의 연관성, 쇼핑 습관 등을 찾아내 이를 토대로 상품을 진열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와인 구매시 당도, 원산지, 품종, 바디감 등을 고려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POS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만원대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2만원대 이상의 와인을 구입하지 않지만 2만원대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3만~4만원대 제품까지 구매하는 등 고객의 생각 속에서 결정되는 쇼핑 포인트를 찾아내 진열에 적용하는 것이 'CDT 기법'이다.

대형마트에 가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 코너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과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배치다.

또 각 코너의 첫 번째 진열대에는 가장 대표적인 카테고리를 배치해 고객이 멀리서도 해당 코너에 어떤 카테고리의 상품이 있는지 인지하고, 상품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를 첫 번째 매대에 진열하면 고객이 멀리서도 '저쪽에 탄산음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고객 시선은 '골든존'에 머무른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진열대 높이는 2m다. 상품은 고객이 팔을 뻗어 상품을 집을 수 있는 170㎝까지만 진열한다. 소비자들이 진열대에서 가장 먼저 보는 위치를 '골든존'이라고 하는데 보통 어깨부터 허리 사이에 위치한 3~4단이 여기에 해당한다. 홈플러스 진열대의 골든존 높이는 100~160㎝다.

대형마트 주요 고객층인 20~40대 여성의 평균키(155~160㎝)와 고객의 눈높이, 사람이 약 15도 아래를 보고 걷는 점을 모두 고려해 설정된 높이다. 미래의 핵심 고객층이 될 10대~20대 여성의 평균키가 4㎝ 정도 증가한 만큼 골든존도 상향 조정될 수 있다.

골든존에는 가장 잘 팔리는 상품 또는 전략 상품인 유통사 자체상표(PB) 제품들을 진열한다. 진열대의 최상단에는 되도록 신상품을 진열해 멀리서도 고객이 신상품을 인지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다.

진열대의 좌우에도 상품을 진열하는 전략이 있다. 홈플러스는 왼쪽에 카테고리 대표 상품이나 가장 저렴한 상품을 진열하는데 사람의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쇼핑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왼쪽에 가장 저렴한 상품을 왼쪽에 배치해 고객들에게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상품 분류가 같더라도 카테고리에 따라 '상품을 고르는 사람'이 다르다면 진열 방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린이 구강 카테고리에서는 진열대 상단에는 치약이, 하단에는 칫솔이 진열돼 있다. 제품의 안전성을 꼼꼼히 살펴서 구매해야 하는 치약은 엄마의 눈높이에 맞는 진열대 상단에 배치하고, 캐릭터 칫솔 등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하단에 진열한 것이다.

계산대의 높이도 소비자들의 심리를 고려해 설계됐다.
일단 쇼핑이 끝나면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매장을 떠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고객이 계산대의 혼잡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계산대의 높이를 일반 진열대보다 낮게 설정한다. 계산대의 높이에 맞춰 계산대 앞 매대도 일반 진열대보다 낮다.


김선영 홈플러스 디스플레이팀장은 "기술과 데이터, 마케팅 기법의 발달로 대형마트에서도 새롭고 정교한 진열 기법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 핵심은 '고객에 대한 이해'에 있다"면서 "마트를 방문한 고객들에게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해 원하는 상품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열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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