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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요소수 파동과 자원의 무기화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1 18:00

수정 2021.11.11 18:00

[강남시선] 요소수 파동과 자원의 무기화
무기화된 자원의 공격이 한밤중 게릴라처럼 엄습하고 있다. 중국발 요소수 대란처럼 조금씩 메마른 산업소재가 갑자기 관련 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리튬, 마그네슘, 알루미늄, 요소수 등 각종 산업소재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전 세계 첨단 산업체들은 빨간불이 켜졌다.

이 같은 국가적 난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금지의 선행학습을 한 바 있다.
다른 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봉쇄는 한일 정부 간의 직접적인 외교갈등 와중에 벌어진 일본의 복수극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요소수 파동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에 가장 근접한 미국 동맹국인 한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갈등 중인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대한 전면전 대신 자원의 정치적 무기화를 통해 미 동맹국들을 인질로 삼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에 고개를 숙이는 해외기업들에만 선별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인 테슬라, 도요타마저 최근 친중국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중국 표준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도요타는 자국기업인 일본제철을 버리고 중국 철강업체와 협력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무기화로 미 동맹국인 유럽의 결속력을 와해시키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러시아에 에너지 포로 신세가 될 위기의식을 느낀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원전을 다시 짓겠다면서 에너지 독립 선언에 나서고 있다. 또 사우디는 원유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서 미국 본토와 전세계에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다.

이들 국가의 자원 무기화는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자국 내 희토류 기업들을 통합시키면서 공룡 희토류 국영기업까지 출범시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내 에너지기업들을 집합시켜 정부 지침에 따르도록 했다.

그렇지만 정작 러시아, 중국 등은 자원의 무기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푸틴은 자원의 정치적 무기화를 부인했다. 시진핑은 한술 더 떠서 요소수 파동 속에서 "자원의 질서 있는 흐름을 촉진해야 한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성명을 냈다.


공급망 위기는 각 민간기업 내 공급망관리(SCM) 및 자원관리(ERP)를 하는 최전선 인력들이 먼저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 민관의 민첩한 정보교류를 통한 감지 안테나 구축과 함께 외교력을 동원한 방어막 강화가 절실하다.
복잡해진 국제정세 속에서 자원 위기는 가면에 가려진 채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어 상시 경보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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