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동대문 뒷동네 보며 기업이 해야할 일 생각"
기사내용 요약
11일 페북 통해 떠나는 소회 밝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계를 완전히 떠나는 심정을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사무실에서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마지막 방 정리를 하다 보니 이 방에서 지내 온 시간들이 되돌아본다"며 "거의 실질적 부도상태에 가깝던 그룹을 모기업이며 본사까지 닥치는대로 팔아 천신만고 끝에 살려내서 이 건물로 이사를 온 것이 99년이다. 그로부터 오늘까지 22년을 이 방에서 일했다"고 했다.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인수 등 그룹이 성장해온 과정을 회상하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2000년에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두산중공업으로 만들고 2004년에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를 만들었다"며 ".2007년에 밥캣을 인수했고 그 외에도 많은 기업을 인수했다. 사람이 미래라는 생각의 두산웨이를 2012년에 쓰고 발표했다"고 했다. 이어 "2014년에 퓨엘셀 사업과 로봇 사업등 미래를 위한 새 사업을 시작했다"며 "그렇게 오늘의 두산의 대부분을 이 방에서 결정했고 만들었다"고 했다.
본인의 집무실 아래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박 전 회장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서울의 북쪽을 둘러 싼 산들이 병풍처럼 한눈에 보이는 이 방은 누구나 그 풍광에 감탄한다"며 "그런데 늘 내 눈을 끄는 것은 그 아래 동대문 뒷쪽의 다닥다닥 집들이 힘겹게 몰려있는 동네와 치열한 삶들이 있는 시장이었다"고 했다.
이어 "큰 쌍안경을 사다 놓고 매일 그 곳의 삶을 보는 것은 기업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일들을 생각하게 해줬다"며 "내가 기업인이기 앞서 한 사람의 국민이라는 자각을 하게 해줬다"고 했다.
경영 실패 과정을 겪으며 답답한 심정도 드러냈다. 박 전 회장은 "결과가 완전하지 않으면 노력했다고 공치사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일들이 있다"며 "사업을 키우고 돈을 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노력했지만,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고 미흡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사업이 자랑스럽기만 할 수 없었고, 그 미숙함에 미안하고 답답했다"고 부연했다.
그룹 임직원들과의 작별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박 전 회장은 "그룹 회장 내려놓은지 벌써 6년 가까이 되어가니 사실 떠나는 실감이 그리 크진 않다"면서도 "뒤에 남은 그룹의 사우들 생각하면 별리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어 "상의를 떠날 때도 인프라코어를 사임할 때도 타이틀이나 단체나 기업을 떠나는 것은 괜찮았다. 그 속에서 같이 일 하던 동료들과 떨어지는 것이 힘들었다"며 "같이 일하며 나눠준 우정과 시간에 감사하며 혹여라도 내가 드렸을지 모르는 상처가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기를 빌어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를 배웅해 준 청소 아주머니와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 전 회장은 "일일이 다니며 손이라도 잡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어색할 것 같았다"며 "내 방을 오랫동안 깨끗하게 청소 해주신 아주머니와 육척 거구로 안내데스크를 역시 오랜 세월 지켜준 친구, 이 두사람의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고 했다. 이어 "그룹의 동료들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늘 말했듯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직장과 일터가 되기를 기도하며 두산의 명함을 내려 놓는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두산그룹은 지난 10일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 소외계층 구호사업 등 사회에 대한 기여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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