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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E·NFT...블록체인 게임 산업 커지는데 韓 규제는 뒷걸음질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4 14:25

수정 2021.11.14 14:37

게임위 "블록체인 게임 등급분류 계획없어"
블록체인 게임 봇물 속 국내 이용자 역차별
진흥-규제 정책의 엇박자 사례로도 꼽혀
[파이낸셜뉴스] 게임하며 돈벌기(P2E), 대체불가능한토큰(NFT,Non-Fungible Tokens)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면서 국내 대표 게임업세들이 속속 블록체인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규제는 여전히 국에서 블록체인게임 출시를 가로막고 있어 게임 규제가 기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며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규제로는 국내에서 제대로된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할 수 없어 한국 게임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임위 "블록체인 게임 등급분류 논의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계획이 여전히 없는 상태다. 관련 부처의 논의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계획이 여전히 없는 상태다. 관련 부처의 논의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

14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게임위를 비롯해 정부당국도 (블록체인 게임 시장 확장)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으며, 의견도 교환하고 있지만 관련부처가 모여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며 "관련 게임들의 사행성 이슈에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들의 사행성 및 환금성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지 못하면 국내에서는 게임을 출시할 수 없다.

블록체인 게임은 일반적으로 게임 내의 활동으로 아이템을 획득, 획득한 아이템을 코인으로 바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갖고 나온다. 대체불가능한토큰(, NFT)을 적용하면 이용자들이 아이팀 판매를 통해서도 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 플레이투언(P2E) 게임으로도 불린다.

게임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8조의 사행성 금지 조항을 들어 블록체인 게임이 이 조항에 위배되기 때문에 등급분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에는 게임사업자가 게임물의 사행행위를 좌시하면 안되고, 게임머니 등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들어가 있다. 블록체인 게임에서 활용되는 가상자산들이 콘텐츠 외부로 나와 현금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기존 게임 심사에서도 게임사가 직접 아이템을 현금할 수 있게 알선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있다.

앞서 게임위는 NFT 기능이 탑재된 블록체인 게임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For Klaytn)'이 지난 해 9월 신청한 등급분류를 수개월 보류한 끝에 지난 5월에 결국 등급분류를 거부한다는 공문을 구글에 발송하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된 바 있다.

국내 이용자 역차별...진흥-규제 정책 엇박자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미르4 글로벌'의 성공으로 주요 게임사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국내 이용자들만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역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미르4 글로벌'의 성공으로 주요 게임사들이 잇따라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국내 이용자들만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역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위메이드

이 문제는 정부의 진흥과 규제 정책의 대표적인 엇박자 사례로도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1 게임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블록체인 게임 분야'를 신설하고 국산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과제당 최대 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블ㅐ록체인 게임도 사실상 국내에선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한쪽에서 지원한 게임을 한쪽에선 출시하지 못하도록 막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가 뒷걸음치는 사이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이용자들은 블록체인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업계도 국내 내수시장을 포기한 채 해외로 눈을 돌려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은 출시 한달여 만에 서버 100개를 돌파했고 두달여 만에 동시접속자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미르4의 성과에 힘입어 위믹스 플랫폼의 월 거래금액은 지난 8월 18만5912달러(약 2억원)에서 9월엔 2905만5135달러(약 342억원)로 156배나 증가했다. 대표적인 P2E 게임인 '엑시 인피니티'의 NFT 거래액은 현재까지 총 26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의 성공은 업계의 블록체인 게임의 잇딴 출시를 유도했다. 이미 엔씨소프트, 컴투스, 게임빌 등이 잇따라 내년에 블록체인 게임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이용자들은 당분간 이 게임들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전망이다.

위메이드가 지난 8월 출시한 '미르4 글로벌'은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획득한 흑철을 최종적으로 위믹스(WEMIX) 코인으로 교환해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며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는 P2E 게임이다. 조만간 게임 아이템에 NFT도 적용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위믹스 플랫폼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 100개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국내 이용자들은 VPN을 이용해 IP를 다른 국가로 우회해야만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국내용 플레이스토어에는 블록체인 기능이 없는 미르4만 내려받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받을 없기 때문에 지금은 아예 신청도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일부 열성적인 이용자들은 VPN을 써서 게임을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사실상 국내 이용자들만 역차별을 받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국내 블록체인 게임 내수시장도 커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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