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의인그후]"용왕님이 도왔수다"…쓰러진 동료구한 제주해녀들

뉴스1
동료 해녀를 구해 하트세이버를 수상한 이창협 김녕어촌계 간사와 해녀 강순녀, 강윤자,한옥희,김순정(이순자씨 불참)© 뉴스1
동료 해녀를 구해 하트세이버를 수상한 이창협 김녕어촌계 간사와 해녀 강순녀, 강윤자,한옥희,김순정(이순자씨 불참)© 뉴스1
동료 해녀를 구한 공로로 하트세이버를 받은 김녕어촌계 이창협 간사와 해녀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제주동부소방서 제공)© 뉴스1
동료 해녀를 구한 공로로 하트세이버를 받은 김녕어촌계 이창협 간사와 해녀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제주동부소방서 제공)© 뉴스1

[편집자주]제주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특유의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며 살아 왔다. 2021년 지금도 이 같은 공동체 정신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의인(義人)'이라고 부른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그들은 하나같이 "누구라도 했을 일"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 의인들의 당시 활약상과 후일담을 들어본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지난 7월6일 오후 4시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안가.

물질을 마치고 뭍으로 올라온 해녀 강순녀씨는 테왁(해녀들이 바다 작업을 할때 쓰는 어로 용구)을 정리하던 중 동료 해녀 김모씨(68)가 바윗가에 주저앉듯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강씨와 다른 동료들은 헐레벌떡 쓰러진 김씨를 향해 달려갔다.

강씨는 "입술이 파랗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며 "정신을 차리게끔 물을 끼얹고 고무옷을 벗겨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조업 중 해녀 사망 사고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최근 3년간(올해 6월 기준) 조업 중 사고를 당한 해녀는 모두 54명. 이 중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사고가 16명(29.6%)이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눈앞에서 그것도 내 동료에게 벌어진 것이다.

해녀 사망사고는 고령화와도 맞닿아 있다.

제주시 관내 해녀는 2141명으로 연령별로 보면 60대 690명(32.2%), 70대 848명(39.6%)이다.

80세 이상도 333명(15.6%)이나 된다.

김녕어촌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속 해녀 90명 중 60대는 10명, 70대 40명, 80대 후반도 8명이 있다.

해녀 강씨는 "한평생 바다에서 살아서 바다가 무서운줄 몰랐는데 그날은 좀 무서웠다"며 "한편으로는 용왕님이 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해녀들의 사고 소식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며 "날씨가 안좋으면 아예 작업을 하지 않는 등 우리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녕어촌계 이창협 간사도 있었다.

이 간사는 재빨리 119에 구조 신고를 하는 동시에 김씨에게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강씨를 포함해 한옥희, 김순정, 강윤자, 이순자씨 등 해녀들도 가세해 6명이 돌아가며 심폐소생술을 했다.

20~30회 정도 소생술을 했을까. 닫혀있던 김씨의 입이 벌어지고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구조대가 오기까지 5분남짓한 시간이지만 심정지를 일으킨 경우 생사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이창협 간사는 "김씨가 쓰러지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소방서에서 받았던 심폐소생술 교육이 떠올랐다"며 "갈비뼈가 부러지더라도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게 우선이라는 가르침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동료를 구한 이들은 4월6일 동부소방서의 '응급처치교육'을 수료했다.

이들은 물질 전 스트레칭, 119신고요령, 심폐소생술 방법을 교육 받았다.

이 간사와 해녀들 모두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 의식을 잃은 사람을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60~70대였다.

이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바로 이성을 되찾고 모두 침착하게 교육받은대로 돌아가며 심폐소생술을 했다.

병원에 옮겨진 김씨는 치료를 받고 다행히 현재는 건강을 되찾았다.

이 간사는 "우리 어촌계에서는 지금까지 큰 사고가 없었던 편"이라며 "만일을 대비해 항상 4~5명이 함께 작업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쓰러진 김씨 옆에는 든든한 동료 해녀들이 있었다.

강씨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친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들의 특성상 연대의식이 강하다"며 "동료들은 부모형제나 다름없다"고 했다.

제주동부소방서는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 하트세이버를 수여했다.

하트세이버는 심정지로 죽음의 위험에 처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해 소생시킨 사람들에게 수여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