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정책도 사안마다 다르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자이 살아요"
자이동. 아니죠. 자이 아파트. 다들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자이(Xi)를 어떤 건설사가 짓는 줄은 몰라도 브랜드는 익숙하니까요. GS건설의 자이는 어느새 고급 아파트 브랜드 대명사로 자리 잡았죠.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도 항상 상위권입니다. 혹시 궁금하지 않으세요? 자이는 누가 이렇게 키웠을까요?
힌트는 연예인입니다.
먼저 아파트 광고에 스타 마케팅이 언제 시작됐는지부터 살펴봅시다. 1990년대엔 아파트 이름이 곧 건설사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브랜드'가 등장한 건 2000년대 초중반부턴데요. 그때부터 스타 마케팅, 그중에서도 '톱스타' 마케팅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건설사들은 당대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을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섰습니다.
자이는 건설사 스타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이영애씨가 자이의 상징이 됐거든요. GS건설은 우아하고 도회적인 이미지인 이영애씨를 자이 브랜드 론칭 때부터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이영애씨와 함께 '앞선 생활로의 초대'라는 카피를 내세우며 8년간 큰 광고 효과를 거뒀고요. '이영애 아파트'로 인지도와 이미지를 끌어올리면서 브랜드가 굳게 자리를 잡은 겁니다.
다른 건설사들도 대표 얼굴을 하나씩 걸었습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고소영을, 포스코건설 '더샵' 모델에는 장동건을 기용했고요. 삼성물산의 '래미안'에는 이병헌·신민아, DL이앤씨(옛 대림산업) 'e편한세상'은 채시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는 김남주와 김태희를 내세웠습니다. 연예인 OOO 아파트로 인지도를 쌓고, 후광 효과도 톡톡히 봤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 경기에 불황이 찾아오면서 아파트 광고에서는 하나둘씩 톱스타가 사라져갔습니다. 아무래도 불황 상황에서 모델 몸값이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고, 대형사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분양이 시원찮으니 아파트보단 그룹 PR 광고에 치중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건설사들은 톱스타 일변도에서 스토리텔링이나 실용성 강조 등으로 광고 방향을 틀었고, 이런 움직임은 2000년대 후반부터 얼마 전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TV에 스타들을 앞세운 아파트 광고가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와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대형사보다는 중견사에서, 전체적인 브랜드 광고보단 단지별 분양 광고로, 여성 톱배우부터 친숙한 트로트 인기스타까지. 과거의 '스타 마케팅'은 되살아났지만, 방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대다수 대형사는 여전히 무심합니다. 광고를 하더라도 기업 PR 광고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대우건설은 얼마 전 9년 만에 TV 광고를 했는데요. 톱스타와 아파트 대신 종합건설사로서의 위상을 뽐낼 수 있는 이미지들이 주로 담겼습니다. 10대 건설사 중엔 포스코건설 정도만 톱모델(김수현)을 광고 모델로 쓰고 있습니다.
대신 중견사들이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분위깁니다. 주택 경기 호황으로 자금력을 쌓은 중견사들이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단 해석입니다. 동문건설은 몇 달 전 아파트 브랜드 광고 모델로 배우 이제훈씨를 발탁했습니다. 대방건설은 한효주씨를, 동부건설은 정우성씨를 전속 모델로 삼고 있고요.
분양 흥행을 위해 단지별로 모델을 뽑아 쓰기도 합니다. 최근 '구미 푸르지오 엘리포레시티'에는 이정재씨가, 작년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모델로는 이병헌씨가 등장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톱배우만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미스터트롯으로 중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민호씨, 트로트 가수 홍진영씨도 각각 광양과 동대구 단지 모델로 활동했습니다.
여성 일색이던 분위기도 변했습니다. 전략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아파트 브랜드에 '꿈꾸고 동경하는 곳'이란 고급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는데, 요즘은 다양한 수요층을 고려하게 됐다고 합니다. 건설사,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이미지나 현장별 특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스타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동일한 입지에서 아파트 구입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요건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절반 가까이 '브랜드'를 꼽았다고 합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에서도 브랜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고요. 수주부터 분양까지 이어지는 브랜드 대전. 스타 마케팅이 어떤 방식으로 계속될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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