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 19조원" 결국 인정…재난지원금 빌미 제공한 기재부
기사내용 요약
1~9월 국세수입 60조원 더 걷혀…진도율 87.3%
기재부 초과세수 규모 "10조원대→19조" 말바꿔
여당서 19조원 발표하자 7시간 만에 참고자료
민주당 "의도적이라면 국정조사"…기재부 압박
초과세수 재원 활용 놓고 당정 갈등 고조될 듯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초과세수 규모에 대해 '10조원대'라며 확답을 피하던 기획재정부가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는 여당의 압박에 반나절 만에 19조원이라는 정확한 초과세수 예측치를 내놔 빈축을 사고 있다.
초과세수를 전 국민 '방역지원금'(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삼으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여당의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내세우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수 예측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여당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과세수 규모가 약 19조원으로 확인되면서 홍 부총리를 향한 이 후보와 여당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기재부의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세수입은 274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9조8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1년 동안 걷어야 할 세금 기준으로 걷힌 비율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은 87.3%로 집계됐다.
세목별로 보면 지난 9월까지 법인세가 65조2000억원 걷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올해 예상 법인세수의 99.4%에 달했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법인세수 규모를 65조5000억원으로 예측했는데 지난 9월 기준으로 이미 전망치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경기 회복 흐름과 더불어 자산시장 호조, 취업자 수 증가 등으로 부가가치세(56조5000억원)와 소득세(86조9000억원)도 각각 전년보다 8조8000억원, 21조8000억원 더 들어왔다.
앞서 정부는 2차 추경을 짜면서 올해 국세수입 전망을 314조3000억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본예산 전망치 282조8000억원보다 31조5000억원 더 들어올 것으로 보고 세입경정으로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세수 호조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올해 초과세수가 2차 추경 때보다 약 19조원 더 걷힐 것으로 봤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본예산과 비교하면 초과세수가 50조원 넘게 발생하게 된다.
기재부는 16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초과세수 규모에 대해 "홍 부총리가 국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씀하셨던 10조원대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2차 추경 대비 초과세수가) 10조원이 조금 넘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에서 19조원이라는 구체적인 초과세수 규모를 제시하자 기재부는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2차 추경 이후 예상보다 강한 경제 회복세, 자산시장 요인으로 추경예산 대비 약 19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전망된다"며 약 7시간 만에 말을 바꿨다. 기재부는 이미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게 초과세수 규모를 보고하고 지난 15일 여당에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가 올해 계속되는 세수 예측 실패로 신뢰를 잃으면서 여당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7월 추경 당시 31조5000억원의 초과세수를 국민께 돌려 드렸는데 그 이후로도 약 19조원의 초과세수가 더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기재부가 이렇게 많은 초과세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국민께 돌려 드리지 못한 것은 추궁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윤 원내대표는 YTN라디오에서도 "기재부가 지금까지 세수 추계를 철저히 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올해 결과를 놓고 보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재정 당국이 의도적으로 초과 세수를 축소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 수위를 올렸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세수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큰 규모의 초과 세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송구하다고 말씀을 드렸고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의도적인 세수 과소 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명료하게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초과세수 규모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당정 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올해 초과세수 19조원을 활용해 이 후보가 언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1인당 20만원씩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지방비를 포함해 총 10조3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기재부는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 재원으로 쓸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초과세수는 최대한 금년 중 소상공인 손실보상 및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대책 등에 활용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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