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나오자마자 화상 입은 신생아…그날 병원서 무슨 일이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출산한 지 6시간 된 신생아가 심한 화상을 입었다.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아이의 체온 조절을 위해 사용한 '의료용 핫팩'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그날의 진실은 수개월째 드러나지 않고있다.
산부인과 측은 의료 과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하면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생아실 CCTV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씨(전북 완주군)는 지난 7월5일 오전 10시께 건강한 둘째딸을 품에 안았다. A씨는 제왕절개 수술로 누워있어야 하는 아내 대신 아이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첫째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잠시 집에 들른 A씨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아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산부인과 측에서 아이 허리 쪽에 500원짜리 동전만한 수포가 있는데, 바이러스 일지도 모르니 큰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이를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첫째 아이를 보살피다 오후 7시께야 신생아실이 있는 해당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리고 그제야 심각한 상황임을 알게 됐다.
아이는 산부인과에서 전주 시내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상처 부위를 본 대형병원 의료진이 대학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했고, 이에 A씨는 사설 구급차를 급히 불러 대학병원으로 갔다.
A씨는 "사고 당일 산부인과 구급차를 타고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싸개로 쌓여있었기 때문에 얼마나 다쳤는지 못봤고,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몰랐다"며 "심각한 상황인 줄 알았다면 더 빨리, 더 큰 병원으로 바로 옮겼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아이는 이후 10여일 동안을 대학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지냈다. 화상으로 허리와 엉덩이 부위 살갗이 벗겨졌고, 이로인해 항생제를 활용한 패혈증 치료까지 받아야했다.
A씨는 "다친 부위 때문에 대학병원에 있는 내내 아이가 엎드려 생활해야 했다"며 "신생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자세인 만큼 너무 불안해서 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는 대학병원에서 12일만에 퇴원한 뒤 현재는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부터 수개월간 화상 치료를 받아왔고 앞으로도 흉터가 남을 수 있는 상황이라 안쓰럽다"며 "아이에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항생제를 사용해가며 패혈증 치료를 받은 것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산부인과 측은 "의료 과실을 인정한다"며 "아이가 다친 것은 우리 병원에서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 A씨에 따르면 해당 산부인과는 당시 병원비를 일체 받지 않았고, 아이 치료에 전념한 후 보상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산부인과 측은 핫팩이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신생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를 싼 속싸개 아래 겉싸개 역할을 하는 이불을 놓고, 그 밑에 핫팩을 둔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관계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진 않지만 아이가 다쳤기 때문에 우리 병원에서 책임져야하는 게 맞다"며 "처음부터 위자료나 추가 치료비 모두 보험사에 청구하도록 안내해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가 아니고 이런 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배상액이나 이런 부분을 마음대로 정하기가 조심스러웠고 아이가 치료 중이라 보상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를 아직 못했다"며 "아이와 아이 부모님께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배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씨는 결국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데 대해 "신생아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다른 아이들은 멀쩡하고 우리 아이만 다쳤다면 외부적 요인이 뭐라도 달랐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해당 산부인과는 핫팩 사고 이후 전기장판 등 신생아 체온 유지에 필요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