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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칼럼] 누가 돼도 법조공화국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7 18:00

수정 2021.11.17 18:00

[노주석 칼럼] 누가 돼도 법조공화국
'○○공화국'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국가체제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부와 권한, 문제점의 집중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포함돼 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본질을 빼면 대개 서울공화국, 검찰공화국, 부동산공화국, 자살공화국, 사고공화국처럼 부정적 의미로 회자된다.

정치학에서 공화국이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통치하는 국가를 이른다. 국가를 상대로 한 시위 때 사람들이 바이블처럼 되뇌는 헌법 제1조 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출처이기도 하다. 공화제는 군주제를 부정하는 정치체제이다.
사회주의 국가나 아프리카·아시아의 독재국가들도 공화국이다. 북한은 인민공화국이고, 이란은 이슬람공화국이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군주정·귀족정·민주정을 좋은 정치체제, 참주정·과두정·중우정을 나쁜 정치체제라고 분류했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에 집정관, 원로원, 민회라는 견제세력을 넣은 고대 로마의 공화정이 중세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 체계화된 뒤 미국독립전쟁과 프랑스대혁명을 거쳐 현대에 계승된 것이 공화국의 약력이다.

'○○공화국'의 대열에 하나가 더 추가되게 생겼다. 이른바 '법조공화국'이다. 법원·검찰·변호사협회를 일컫는 법조 3륜의 구성원은 3만5000명 남짓이다. 숫자상 회계사보다는 많지만 의사, 약사에는 훨씬 못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영향력은 슈퍼갑이다. 삼권분립의 담장을 넘어 정치와 경제, 문화 영역으로 무한확장 중이다.

역대 대통령 12명 중 법조인은 판사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고, 재조 경험이 없는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이 이어받았다. 차기 대통령은 어떨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민변 출신 변호사이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골수 검사 출신이다.

세번째 법조인 출신 대통령의 등장이 유력하다. 둘 중 누가 되더라도 법조계 인사가 대권을 쥔다. 여야의 대선경선자 면면을 보고 놀랐다. 12명 가운데 법조인이 7명, 법대 출신까지 더하면 11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4강에 든 후보자 8명 중 5명이 법조인이었다.

'법조 카르텔'이라고 부를 만하다. 모든 게 법치주의의 산물이다. 공정과 정의가 우리 사회의 핵심 담론으로 떠오르면서 법조인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만큼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복합적으로 진행되면서 법률가 출신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법률가 출신이 국회와 정부마저 장악하면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이 실종됐다는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조인은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 들고, 과거지향적이라는 직업적 한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법치의 적은 사법이다. 이번 대선은 법무부·검찰·공수처·특검의 수사가 최대 리스크다. 법조인 출신 유력 후보 둘 다 수사선상에 오른 사상 초유의 '수사 대선'의 와중에 있기 때문이다.
최소 8건, 가족까지 포함하면 12건이 윤석열 후보를 얽매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잡아당기는 대장동 수렁이 목전이다.
법치는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속 좁은' 법조공화국의 재현은 썩 내키지 않는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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