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fn광장] 한국 금융시장은 여전히 신흥국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8 18:00

수정 2021.11.18 18:00

[fn광장] 한국 금융시장은 여전히 신흥국
신흥국과 선진국은 어떻게 정의되고, 누가 정하는 것일까. 국제기구에서는 통계분석을 목적으로 하거나, 원조공여국과 수혜국을 구분하고 분담금 규모를 정하기 위해서 했다. 시장지수를 만드는 기업에서는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를 감안하고 시장거래의 특성을 반영해서 선진국과 신흥국을 구분해 왔다. 일반적으로는 산업발전이 고도화되었고 국민의 소득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구분돼 왔다.

우리의 모습은 국제적으로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선진 경제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은행에서는 고소득국가로,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다. 인간의 삶과 관련된 지표를 감안한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에서도 최고위 등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식시장의 투자성과를 측정하는 벤치마크를 제공하는 MSCI가 우리나라를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금융시장의 발전 정도를 평가한 것이지만 자본시장 참가자들에게 한국은 아직도 금융시장이 낙후된 신흥국으로 평가되어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역외 외환시장이 없다. 영문 공시자료가 부족하다. 외국인투자 등록이 불편하다. 공매도에 대한 제한이 있다 등 여러가지 이유로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지 않고 있다. 시장지수를 생산하는 다우존스, S&P, FTSE 등 다른 기업이 한국시장을 선진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느낌을 준다.

반면 우리도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선진국지수 편입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MSCI가 지적한 역외 외환시장의 부재는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역외선물차액거래(NDF)를 통해 환전 규제 없이 자유롭게 외환거래를 하고 있다. 차액결제만 하기 때문에 오히려 역외 외환시장보다 더 큰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장기투자가들의 안정적인 자금이 유입되어 외환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흥국지수에 포함돼 대외 리스크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걱정되는 기관투자가들의 빈번한 자금유출입도 줄 것이다. 신흥시장이라는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거래비용이 줄게 되며 자금유입에 따른 주가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유엔에서도 우리나라를 신흥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유엔통계국(UNSD)의 국가별 분류기준(M49)은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 그룹에 포함시켰다.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 보고서에 따른 기준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송도에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에서도 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기후변화에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는 우리의 입장은 개도국 입장과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가 UNCTAD에서 선진국으로 편입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미 성숙한 어른인데 아직도 어린이 옷을 입고 있는 우스운 모습이다. 계속 아이 옷을 입고 있으면 어린아이로 취급 받을 수밖에 없다.
유엔 수장을 배출했던 국가로서 외교적으로도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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