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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식당 아줌마… ‘편도’에 빠져버렸어요 [먹어주는 얼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8 18:05

수정 2021.11.18 18:05

CU 백종원시리즈
푸짐한 반찬들의 조화… 빼놓을 것 없이 제 역할 충분
뚝딱 끝낸 ‘완도시락’ 아쉬움은 샌드위치·밥바로 보충
미안해요, 식당 아줌마… ‘편도’에 빠져버렸어요 [먹어주는 얼굴]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요즘 편의점 도시락에 푹 빠졌어. 아내가 해주는 것보다 더 맛있다는 구만." 오랜 만에 만난 친구의 말이다. 진짜로 엄마의 손맛보다 더 맛있을까마는, 사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데는 편의점 도시락 만한 것도 없다. 요즘 나오는 편의점 도시락은 예전에 알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위생이나 영양학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데다 가성비까지 뛰어나다. 가끔은 '이렇게 다양한 반찬으로 구성했는데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죽하면 '편의점 음식으로 한 달 살기'가 이슈가 되고, '편도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CU가 2015년 12월 첫선을 보인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를 보면 이해가 조금 쉬울 지도 모르겠다.
CU는 지금까지 백종원의 레시피가 담긴 100여종의 상품을 내놓았는데 누적으로 3억개 넘게 팔렸다. 하루 평균 판매량이 14만개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서울 시민 모두가 한 달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하나씩 먹은 셈이다. '슈가보이'라는 그의 별명은 잠시 넣어두고,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CU와 함께 만든 편의점 도시락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빽햄스페셜정식도시락
빽햄스페셜정식도시락

# 빽햄스페셜정식도시락 (feat. 신라면 컵라면)

점심시간이 가까워온다. 회사에서 제일 가까운 CU로 달려간다. 그런데 아뿔싸, 백종원시리즈 도시락 가운데 '빽햄스페셜정식도시락' 딱 하나가 남았다. 어차피 종류별로 다 맛볼 거라 상관없다. 누가 가져갈 새라 얼른 집어들었다. '그래도 뜨끈한 국물은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컵라면도 하나 챙겼다.

(모름지기 햄은 두툼해야 제맛인데)밥 위에 얹힌 빽햄이 얇긴 하다. 그래도 하얀 쌀밥에 햄은 최고의 조합아닌가. 전자레인지에 2분을 돌리니 햄에 기름기가 쫙~ 돈다. 같은 시각 내 입에는 군침이 돈다. 미니돈까스, 검은콩자반, 진미채볶음, 김치볶음, 이름모를 나물무침까지 우리가 흔히 아는 맛이지만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제 역할을 한다.

컵라면이 익어가는 동안 단짠이 매력적인 콩자반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하나 둘 집어먹다보니 그렇게 됐다. 김치볶음은 컵라면과 함께 위장 속으로 들어갔다. 라면에 김치가 빠지면 섭섭하니까. 김치볶음으로는 부족해 나물무침까지 해치웠다. 자세히보니 나물무침에는 베이컨이 들었다. 처음 접하는 반찬이지만 나름 잘 어울린다.

본격적인 도시락 타임이다. '이렇게 짜게 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빽햄 올린 밥 한 숟갈에 라면국물 호로록~'을 반복하게 된다. 이 순간 만큼은 빽햄이 4장 밖에 안 들었다는 게 무지무지 서운하다. 더욱 아쉬운 건 밥의 양이다. 이렇게나 맛난 반찬들로 채워놓고는 밥을 지나치게 적게 넣었다.

진미채볶음을 시작으로 미니돈까스, 빽햄 등 남은 반찬과 함께 여섯 번의 숟가락질로 '완도시락'했다. 반찬 가짓 수는 많지 않지만 백반 한 그릇 먹는 듯한 편안함이 좋았다.

더블고기정식도시락
더블고기정식도시락

# ‘고기가 진리’ 더블고기정식도시락 (feat. 더블사라다샌드위치)

백종원시리즈 가운데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더블고기정식도시락'이다. 이름처럼 고기가 많이 들었을 거란 기대가 커서다. 그런데 인기가 높은 건지 정말 만나기 힘들다. 두 곳의 CU에서 허탕을 친 다음에야 겨우 찾아냈다. "고기는 느끼하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입가심(?)용으로 '더블사라다샌드위치'도 하나 담았다.

전자레인지에서 딱 2분이면 제육볶음, 간장불고기, 떡갈비(혹은 너비아니)에 어묵볶음, 빽햄, 계란말이, 김치볶음이 한 상으로 잘 차려진 '더블고기정식'을 만나게 된다. 차암 쉽쥬~. 이름 그대로 고기가 한가득이다. 다른 도시락에 비해 상대적으로 밥이 넉넉한 것도 마음에 쏙 든다. 집이라면 쌈 채소에 마늘, 청양고추가 찬조출연을 했을텐데 살짝 아쉽다. (점심이라 언감생심이지만)파란 가을 하늘을 보니 녹색병에 든 음료가 생각난다.

먼저 맨밥 한 숟갈로 입안을 헹군다. 더블고기로 판단되는 제육볶음과 간장불고기를 번갈아가며 먹는다. 굳이 맛을 평가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제육볶음은 제육볶음답고, 간장불고기는 간장불고기답다. 밥 반찬으로 그만이다. 김치볶음과 계란말이가 거들어주니 맛이 배가 된다. 순식간에 더블고기가 바닥을 드러낸다. 하지만 걱정은 사치다. 내겐 아직 떡갈비와 빽햄이 남았다.

딸기잼을 바른 샌드위치, 감자샐러드가 든 샌드위치는 먹어봤지만 둘을 동시에 품고 있는 샌드위치는 처음이다. 딸기잼은 기본이고, 오이와 햄, 감자샐러드에 코울슬로까지 입맛을 자극한다. 백종원표(?) 단맛을 예상했지만 그냥 적당한 수준이다. 딸기잼이 강한 맛이 아니라 다른 재료들도 제각각 살아 있는 느낌이다. 오이의 아삭함이 좋다. 보통의 샌드위치에 든 슬라이스 햄이 아닌, 부드러운 식감의 빽햄이어서 좋다. 한 입 거리 밖에 안 돼서 안타까울 뿐이다.

한판도시락
한판도시락

# 가성비 ‘갑’의 한판도시락 (feat. 반반제육어묵김밥)

'한판도시락'의 실물을 처음으로 영접한 나의 첫 마디는 "이거 실화냐" 하는 것이다. 도무지 편의점 도시락이라고는 믿기지 않아서다. '푸짐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어묵, 만두튀김, 김치볶음, 떡갈비, (햄을 닮은)분홍소시지, 동그랑땡, 찜닭, 미니돈가스에 콩나물까지 무려 10여가지 반찬이 도시락을 빛내고 있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2분이 무척 길다. 딱히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전자레인지 앞을 떠날 수가 없다. 만두튀김과 분홍소시지는 '맛보기'라는 명목 하에 제일 먼저 위장 속으로 사라졌다. 간이 세지 않은 덕분에 밥 없이도 먹을 만하다. 사실 이 모든 반찬을 다 먹기에는 밥의 양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맛있게 먹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밥 한 숟갈에 반찬 두 개는 기본이다. 반찬들이 하나 같이 맛있어서 참 다행이다. 여느 식당에서 먹는 반찬들, 그 이상이다.

밥이 반쯤 남았을 때 김치볶음과 콩나물, 찜닭이 동시에 출격한다. 비빔밥으로 만들 요량이다. 고추장이 그립지만 참기로 한다. 비주얼은 별로지만 맛은 기가 막히다. 크게 두 숟갈을 입 안에 퍼넣으니 남는 게 없다. "제대로 한 끼 잘 먹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혹시나 하고 챙겨온 '반반제육어묵김밥'의 차례다. 어라, 김밥이 메인(도시락) 못지 않게 맛있다. 정말로 반은 제육, 반은 어묵이다. 그것도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깻잎이 내 취향을 200% 저격했다. 지금껏 편의점에서 먹은 김밥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7찬매콤불고기도시락
7찬매콤불고기도시락

# ‘한 잔’을 부르는 7찬매콤불고기도시락 (feat. 빽햄데리마요밥바)

'7찬매콤불고기도시락'이야말로 녹색병에 든 음료와 함께 먹어야 한다. 빨간 양념의 불고기에 푸른 고추가 살짝 올라간 모습을 봤을 뿐인데 '한 잔' 생각이 절로 난다. 소시지볶음에 버섯볶음, 김치볶음, 만두튀김, 분홍소시지, 미니돈가스 등 다른 반찬도 실하게 들었다.

'편의점 도시락의 불고기가 얼마나 매콤하겠나' 하고 얕보다가는 혼쭐이 날 수 있다. '맵찔이'인 내가 그랬다. 그런데 '맛있게 맵다'는 게 함정이다. 새우O처럼 자꾸만 손이 간다. 김치를 같이 볶아 더 맛있다. 상추와 깻잎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버섯볶음이나 김치볶음은 집에서 방금 만들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미니돈가스는 어른이 입맛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다만, 너무 빨리 먹어치운 탓에 돈가스였는지, 닭튀김이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7찬매콤불고기도시락'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7가지 반찬이 전부 마음에 든다. 어느 누구의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는 성공적인 편의점 도시락이다.

'빽햄데리바요밥바'는 김밥도, 삼각김밥도 아니라서 호기심에 데려왔다. 김치볶음밥 위에 마요네즈와 빽햄이 올라간 3층 구조다.
맛있는 것만 모아 놓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조합'이다. 보통의 쌀밥이 아닌, 김치볶음밥이라는 게 매력 포인트다.
빽햄과 마요네즈의 느끼함을 김치볶음밥이 잡아줘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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